금리인상에서 금리인하로, 즉 긴축(緊縮)에서 완화(緩和)로 돌아서는 것을 의미하는 'Fed's Pivot'을 월가에서조차 금리인상 폭을 75bp에서 50bp나 25bp로 낮추는 의미로 사용할 정도로 국제금융시장은 금년 들어 '빛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파이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너무 주눅 들었다고 판단한 것일까요, 아니면 기운 달은 다시 찬다고 믿기에 그런 것일까요? 10월 들어, 즉 4분기에 접어들면서 증시는 그간의 하락세를 뒤로 하고 반등에 나서고 있으며 외환시장에서는 다소 시차를 두기는 했지만 美 달러화 가치의 급격한 하향조정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섣부른 전망은 사양하겠습니다.

한동안 하락 압력을 받았던 곡물 시장은 9월과 10월 사이에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11월을 전후로 해서 상승세가 꺾였으며 낙폭이 확대되는 장세가 형성됐다. 흑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곡물 시장은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가 흑해 곡물 수출 협정에서 탈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과정에서 곡물 시장은 들썩거렸다. 11월 19일 만료되는 협정의 기간 연장에 대한 불확실성도 곡물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러시아의 곡물 및 비료 수출 촉진을 조건으로 120일까지 협정 기간이 연장되면서 곡물 시장은 급물살을 타며 약세 우위의 장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반구 곡물 수확 시즌 계절적 하락 압력 요인도 작용해 곡물 가격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나 유럽연합과 아르헨티나, 호주 등 주요 국가의 기상 악화에 따른 수급 불안은 곡물가격의 하락세를 제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품목별 세계 수급 전망과 관련해서 밀과 대두의 수급은 개선되어 재고 비율이 높아짐에 반해 옥수수의 수급은 빠듯해지고 재고 비율이 낮아지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경우 밀과 옥수수 수급 전망은 좋지 못하나 대두 수급 전망은 양호한 편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우 옥수수 및 대두 생산 전망은 좋은 편이나 라니냐 현상으로 인한 가뭄 문제가 생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겠다. 유럽연합의 경우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옥수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전란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생산과 수출은 부진해지겠으나 러시아에서는 밀의 대풍작으로 인해 생산은 물론 수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주요 국가의 수입 수요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경우 올해 밀, 옥수수, 대두 수입 실적이 크게 줄어드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외부 시장과의 관계에서 미국 증시는 강한 상승 흐름을 보여 곡물 가격의 상승을 부추기고 있으나 곡물 시장은 펀더멘털 측면에 집중하면서 매도 우위의 장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달러 강세 기조는 곡물 가격의 하락을 견인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달러 가치가 크게 내려가 곡물 가격의 하락세에 큰 힘을 실어 주지 못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변동성이 심해졌으며 유가의 등락에 따라 곡물 시장도 연동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곡물 가격은 하향 안정세로 나아가고 있으나 언제든지 곡물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불안한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유럽연합과 우크라이나의 곡물 공급 감소, 인도의 곡물 수출 제한, 라니냐 현상으로 인한 남미의 생산 전망 불확실성과 호주의 밀 품질 저하 등이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미국의 미시시피강 수위 저하와 바지선 운행 제한 및 철도 노조와 서부 해안 항만 노조의 파업 문제도 또 하나의 이슈가 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대선에 불복한 시위대의 도로 봉쇄로 곡물 운송이 차질을 빚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보다 더 넓은 시각으로 곡물 시장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