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연구(innovation studies)’의 틀에서 발전해온 혁신정책 연구는 과학기술학(과학기술과 사회 연구: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과 연구 전통이 다르다. 과학기술지식이 창출·활용·실용화되는 혁신과정과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추는 혁신연구는, 기술의 사회적 구성을 이론적 기반으로 하여 현상을 분석하고 현재의 기술시스템에 대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기술구성을 탐색하는 과학기술학과 다른 접근을 취해왔다.
이렇게 다른 전통에서 발전해왔지만 혁신연구는 혁신활동을 규율하는 제도를 강조함과 동시에, 신기술에는 그와 부합되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기술과 제도의 공진화’를 주장하면서 과학기술학과 연계를 맺어왔다(Nelson and Sampat, 2001). 근래 정보통신기술, 생명공학기술, 나노기술과 같은 새로운 기반 기술이 등장하고 그와 관련된 경제·사회 제도를 새롭게 구축해야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그 접점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 혁신정책에서도 경제적 목표뿐만 아니라 삶의 질 향상, 지속가능성 제고, 사회통합 등이 새로운 정책목표로 등장함에 따라 혁신연구와 과학기술학을 통합하려는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Geels, 2004).
이 글에서는 혁신정책의 세대별 진화과정을 살펴본다. 각 세대별로 혁신정책의 논리적 근거가 되는 혁신이론을 검토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정책의 특성을 논의할 것이다. 선형모델에 입각한 제1세대 정책, 혁신연구의 성과인 혁신체제론에 근거한 제2세대 정책, 과학기술학과 혁신연구의 연계가 나타나는 제3세대 정책을 살펴보면서 이런 변화가 혁신정책의 기본 관점과 특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서술한다. 그리고 혁신정책 진화의 관점에서 한국 혁신정책의 과제를 정리한다.
이 글에서의 혁신정책은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사용한다. 즉 과학발전을 활성화하기 위한 ‘과학정책’,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기술정책’을 모두 포괄하는 정책으로 파악한다. 과학정책과 기술정책도 결국에는 혁신을 통해 사회·경제 문제 해결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