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사회적 목표를 지향하는 혁신정책은‘사회적 혁신(societal innovation)’을 촉진하여 사회적 니즈를 통해 충족시키려는 정책이다. 여기서 사회적 혁신이란 에너지, 보건의료, 복지, 안전, 상·하수도와 같은 보건위생시스템, 교통, 통신, 주거, 환경 등의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기술혁신으로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활동을 말한다. 본 연구는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사회적 목표를 지향하는 혁신정책의 특성을 규명하고, 새로운 유형의 정책에 필요한 요소를 탐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사회적 목표를 지향하는 혁신정책의 이론적 논의를 정리하고, 그동안 진행된 사회적 목표를 지향하는 혁신활동의 사례를 검토하여 향후 우리나라 혁신정책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주요 연구내용
본 연구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사회적 목표를 지향하는 혁신정책의 이론적 논의를 살펴보고, 제2부에서는 네덜란드와 핀란드의 정책사례를 살펴보았다. 제3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사회적 혁신정책의 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과제를 제시하였다. 각 부별로 세부 장의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부는 1-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장에서는 사회적 목표 지향적 혁신정책의 정의와 등장 배경, 그리고 그것이 갖는 시스템적 시각을 소개하였다. 제2장에서는 기존 사회·기술시스템을 지속가능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시키는 전략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살펴보았다. 제3장에서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사용되는 전략 중의 하나인 ‘전략적 니치관리(strategic niche management)론’을 제시하고 외국과 우리나라 사례를 분석하는 틀로 활용하였다. 제2부는 제4-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4장에서는 현재 네덜란드에서 추진되고 있는 ‘에너지 전환’정책의 구체적인 사례를 분석하였다. 특히 이 장에서는 여러 주체가 참여해서 공통의 비전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구체적인 기술개발 궤적을 탐색해 가는 활동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제5장에서는 혁신정책과 환경정책을 효과적으로 통합시킨 핀란드 사례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혁신정책과 환경정책을 통합한다는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핀란드에서는 그 통합이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제3부에서는 제5-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6장에서는 재생에너지 기술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기술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살펴보았다. 공공부문에서 추진된 재생에너지 개발 정책, 민간부문에서 자체적으로 추진된 재생에너지 개발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새로운 사회·기술시스템의 맹아를 형성하는 실험이라는 측면에서이런 노력이 갖는 의미와 한계는 무엇인가에 대해 다루었다. 제7장에서는 보건의료 서비스 분야에서 이루어진 사회적 혁신을 살펴보았다. 의료생활협동조합에서 이루어진 의료서비스 분야의 혁신에 대해 살펴보고, 그것이 예방적 보건의료 서비스의 확충과 지역공동체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갖는 의미를 다루었다. 제8장에서는 해양오염에 대응한 방재기술시스템 개발·확산과 관련된 사례를 분석하였다. 씨프린스호 해양오염 사고라는 의도하지 않은 실험을 통해 학습된 지식과 대응시스템이, 태안에서 발생한 새로운 사고에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한 학습실패의 이유와 향후 시스템 구축 방안에 대해 살펴보았다.
결론
본 연구에서는 경제·사회 환경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혁신정책의 조류로 등장하고 있는 사회적 목표를 지향하는 혁신정책의 이론과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이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경제 지향적 혁신정책과 사회적 목표를 지향하는 혁신정책이 정책목표, 주요 참여자와 혁신활동의 성격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다. 더 나아가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만이 아니라 사회도 같이 진화하여 사회·기술 시스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만 지속가능한 기술이 지배적 패러다임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소규모의 실험적 혁신 활동을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사회적 목표를 지향하는 혁신정책의 특성을 검토했다.
정책제언
첫째, 사회·기술시스템 전환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어야 한다. 사회적 목표를 지향하는 혁신정책은 기존 기술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과학기술과 사회’관련 정책과 제도를 시스템 전환에 대한 인식을 심화하고 관련 논의를 검토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개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기술예측, 기술영향평가, ELSI(Ethical, Legal and Social Implication) 활동, 과학기술 대중화 활동 등을 통해 사회·기술시스템의 전환 필요성을 확인하고 그 구체적인 궤적을 탐색하는 장으로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책들은 현재 과학기술정책의 주변부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이제는 새로운 사회·기술시스템을 탐색하고 사회적 학습을 추진할 수 있는 정책수단으로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사회·기술시스템의 전환은 장기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변화 방향을 제시하고 전환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 분야의 중장기 비전과 계획에 대한 혁신주체들을 몰입시키고 계획의 집행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자발적 참여와 토론을 촉진하고 의견을 결집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민간 혁신주체의 정책결정에 대한 책임성과 참여를 높일 수 있다. 셋째, 사회적 목표를 지향하는 혁신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활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민간 부문에서 형성·발전되는 사회적 혁신과 관련된 활동을 상향식(bottom-up)으로 발굴해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적 혁신활동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시민단체가 있는 경우, 정책사업의 운영을 시민사회에 위탁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제3섹터의 힘을 빌려 사회적 목표를 지향하는 혁신정책의 효과와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사회적 목표와 혁신정책의 통합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 혁신활동의 중요 문서에 포함된 상징적 수준의 비전을 넘어 실제적인 차원에서 삶의 질 제고와 경제발전이 같이 이루어지는 비전 형성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도 경제적 목표만이 아니라 사회적 목표도 필수적으로 검토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상위 조직에서 사회적 목표가 의사결정의 중요한 원리로 인정될 때에만 현장의 의사결정과정에서도 사회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는 활동이 뿌리내릴 수 있다. 다섯째, 사회적 목표를 지향하는 새로운 유형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칭)『Small Science』사업을 기획하여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환경오염 문제, 보건·위생 문제를 다루는 연구개발사업으로서, 지역사회의 대학이나 사회적 기업들이 주체가 되어서 추진하는 소규모 연구개발사업으로 운영될 수 있다. 또 이런 유형의 사업은 지역에서 이루어지고있는 과학문화활동과도 연계하여 추진할 수 있다. 과학적 지식을 활용하여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을 증대시킬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각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지역혁신사업의 한 부분으로서 이런 유형의 연구개발사업이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