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50년, 분단 50년인 1995년은 벌써 지나가버렸고 우리 민족은 아직도 서로 대립하고 있다. 기나긴 역사에서 본다면 짧은 순간이 지만 분단의 당사자에겐 매우 긴 시간임에 틀림없.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겐 하루 빨리 통일을 이루어야 할 사명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민족의 복리와 민주주의 이념을 포기하면서 통일을 추진할 수도 없으며 또한 북한의 동포들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간과할 수도 없다. 통일이 어떤 형태든 미래에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때 그에 대한 준비는 철저해야 할 것이다.
이런 작업의 일환으로 본연구에서는 남북한 과학기술통합과 관련하여 제반환경 및 독일의 사례와 이론적 측면을 살펴보았다. 사실 남북한 관계처럼 복잡하게 얽힌 문제도 매우 드물다. 또한 과학기술의 속성상 통일전에는 과학기술협력을 준비할 것이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왜냐하면 정치적 변수가 너무나도 강력하기 때문에 이런 불확실성하에서 준비할 것이라곤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일전에 대한 준비보다는 통일이 되고 난 후 무엇을 할 것인가 즉 남북한 과학기술 통합을 준비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전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멸 것이다. 금방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할지라도 사전조사 차원에서 북한의 과학기술 실상에 대한 조사를 꾸준히 하고 또한 우리의 일관된 주장을 북한에 계속 제의하여 남북한 화해 및 통일의 물꼬를 트는데 일조를 하여야 할 것이다.
북한의 상황을 볼때 남북한 통일은 조만간 올 수도 있으며 따라서 사전 준비는 더욱 철저해야 한다. 북한의 정치 및 경제는 과거의 경제정책 실패로 인해 악화일로에 있다. 공산주의 원리 및 주체경제이론에 충실한 북한의 경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를 근간으로, 생산수단의 국유화, 계획에 의한 자원배분을 통하여 사회주의 경제발전을 추진해왔다. 특히 북한의 경제는 자급자족의 경제를 목표로 하여 경제적인 합리성보다 정치적인 목적성을 강조하여 모든 경제발전의 목표를 사회주의 공업화의 달성을 목표로 추진해 왔다. 이같은 경제원칙의 추진에 따라 북한의 경제는 특히 70년대 중반부터 쇠퇴의 길을 걸었으며, 최근에는 경제난으로 인해 체제의 위기까지 다다르고 있다. 언론 본도를 통해서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북한은 에너지난, 식량난, 외화난이라는 3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홍수로 인한 농업생산의 대폭적인 감소로 의식주 해결에 대단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많은 북한 주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남북한은 독일의 경우처럼 갑작스럽게 통일을 경험해야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 · 전문연구기관들은 북한체제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예상하기도 한다. 남북한의 통일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다가온다면 통일은 남북한 모두에게 대단히 도전적 상황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특히 작금의 과학기술환경 및 경제환경의 급속한 변화를 감안한다면, 통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통일한국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통일이 상당한 시간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다가온다 해도 통일로 인해 발생하는 제반문제들은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다. 발생할 문제들은 결국 발생할 것이며 이런 문제점들이 누적되어 더욱 악화 되어버린다면 조기에 치유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더욱이 그 기간 동안 통일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면 점진적인 통일은 매우 나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통일이 어떤식으로 되더라도 대처할 수 있게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남북한 통일에 있어서 과학기술의 역할은 지대하며 그 중요성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듯이 그 동안의 국민경제의 발전에 있어서 과학기술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측면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준비하여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우리 민족의 미래가 달린 일이 아닐 수 없다.
과학기술의 측면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대비하는 것은 두가지 차원을 생각할 수 었다. “통일을 대비하는 과학기술정책”은 정책의 공간적인 측면과 시간적인 측면의 두 가지 차원을반드시 고려하여야 한다. 정책의 공간적인 측면이라 함은 우리의 과학기술정책의 시야가 남한의 지정학적인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북한 및 나아가서 세계속에서의 통일한국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정책의 시간적 측면은 통일이라는 상황이 발생하기 이전과 통일 이후로 정책의 차원이 달라져야 함을 의미한다. 통일이전의 정책은 “남북한 과학기술협력”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남한에서는 대북 과학기술협력방안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실현가능한 협력과제를 도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이 정책은 북한지역에 대한 시각을 빼 놓을 수 없는데 무엇보다도 북한의 대남 과학기술협력에 관한 동언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으며, 남북한의 과학기술협력은 과학기술을 통한 북한경제의 현대화를 이루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통일 이전의 시기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어떠한 형태로 다가올 한반도 통일에 관한 과학기술적 방안, 즉 과학기술통합방안 - 통합의 원칙, 개념, 유형, 제반 수단 등등 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통일이후의 정책은 통일한국의 과학기술시스템 구축 및 세련화를 통하여 통일한국의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공간적으로 우선, 남한지역의 차원을 살펴보면, 남한지역의 과학기술시스템은 보다 더 세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 점은 대단히 중요한데 그 이유는 현재의 남한 과학기술시스템이 다른 선진국가들의 시스템과 비교할 때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대학의 연구능력과 공공연구부문의 혁신능력이 부족한 점은 통일이라는 새로운 도전상황이 있을 때 이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남한의 과학기술시스템을 더 세련되게 함으로써 통일이 될 경우 해당 이해집단들의 이해를 넘어서 통일한국의 과학기술시스템에 자연스럽게 편입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지역의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북한 과학기술시스템의 자본주의 및 시장경제 지향적인 전환을 예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북한 연구기관들의 통폐합 및 이로 인한 대량의 실업의 사태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통일 이후 북한지역의 과학기술시스템의 재구축하기 위한 진통은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이다.
공간적인 정책 차원을 통일한국으로 보면 궁극적으로 통일한국의 통합 과학기술시스템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남한과 북한 두지역의 과학기술시스템은 물리적, 화학적, 정신적인 통합을 이루어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단 연구기관들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통합은 물론이고 연구원들의 정신적인 면, 과학기술정보, 연구개발에 대한 태도의 변화, 남북한 과학기술자의 공동연구의 활성화 등 수많은 과제들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인식하에 본 연구에서 논의된 주요 주제들 특히, 과학기술관련 협력 및 통합의 추진 방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제일 먼저, 남북한 과학기술협력·통합은 순수 과학기술 측면과 통일·경제적 측면을 통합하여 접근하여야 한다. 이는 남북한의 특수상황에 비추어서 당연한 귀결이며 따라서 남북한과학기술통합과 관련하여 정치적, 경제적 변수 등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둘째, 통합의 대상은 국가과학기술혁신시스템 그 자체이며 이런 관점에서, 혁신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연구개발 주체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정책, 연구조직 문화 등 모두가 과학기술통합의 대상이며 따라서 협력·통합 정책도 이 모두를 염두에 두고서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의 과학기술정책의 흐름이 과학기술 그 자체만 아니라 경제·사회적 요인도 동시에 고려하고 지방과 중앙정부가 통합적 노력을 기울이는 통합적 지역기술혁신정책으로 가고 있으며 이런 개념을 남북한과학기술통합에서는 잘 활용하여야 한다.
셋째, 동서독 및 동구권 사례들을 살펴본 결과 동서독의 통합정책과 동구권의 혁신시스템 정책은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었다. 주요 차이점은 동독의 과학원을 중심으로 한 혁신체제가 해체되고 서독에 흡수된 것이라면 동구권은 오히려 과학원을 존속발전시키는 정책을 취한 점이다. 이에 따라 동독 지역의 과학기술 자원, 특히 인적자원이 실직하고 연구에 대한 의욕을 앓거나 서독의 과학기술시스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독일의 경우 갑작스런 통일에 따라 준비기간이 부족했던 점도 있지만 우리의 경우도 북한의 기존 과학기술시스템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독일의 통합담당자들이 이런 측면에서 피통합시스템에 대한 정책기조가 세련되지 못했다는 점을 후회하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넷째, 실제 남북한 과학기술시스템을 비교한 결과 여러 차이점들이 발견되었다. 북한의 경우 응용, 실용적 분야에 비교적 충실하고 공장대학 등을 통한 산학연 연계를 추구하고 있으나 그들이 지금 처한 정치경제적 현실이 과학기술발전에 걸림돌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제 3국을 경유한 것이긴 하지만 남북한이 과학기술분야에서 협력을 한 사례도 있었지만 이 역시 정치적 상황이 걸림돌이 되어 진정한 협력으로 나가고 있지 못하다. 경제 분야에서는 위탁가공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