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고대국가의 성립?전개과정에 있어서 한반도제국 및 중국왕조와의 정치적 교류교통이 불가결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4세기에 탄생한 야마토(大和)국가는 701년에 편찬된 다이호(大寶)율령에 의해 율령국가로서 완성되었다고 이해된다. 그런데 그 전사로서의 기나이(畿內) 야마토 왕권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형성과정, 즉 4세기 이래의 지배권의 확립 및 지배체제 구축과정, 5세기에서 7세기에 이르는 府官制와 人制, 部民制, 屯倉制, 國造制, 官位(衣冠)制 등 각종 국가체제?제도 등의 정비 및 확립, 그리고 율령국가로의 전환과정을 이해하는데 있어 특히 한반도제국과의 정치적 교류교통관계가 커다란 역할과 의미를 지녔음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본고는 일본고대의 국가형성기에서 완성기에 해당하는 5세기~7세기를 대상으로, 東漢씨로 대표되는 민간차원의 도래에 의해, 혹은 阿直岐와 王仁박사로 상징되는 백제와 야마토 왕권의 정치적 동맹관계에 기초한 국가적?정책적 차원의 파견?증여에 의한 결과로서, 백제지역에서 일본열도로 건너간 도래인들이 일본고대국가의 형성?전개?완성과정에서 어떠한 활동과 역할을 수행했는지, 그리고 그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그 일단을 추구해 보았다.
특히, 본고에서는 고대일본의 역사에 있어서 문명화의 상징인 문자(한자)문화를 주도하고 고대국가체제를 유지하는 데 있어 그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문서행정을 담당한 도래계 집단의 역할에 초점을 두었다. 그 주인공은 후미히토?후히토(書人?文人?史)라 칭해지는 왜 왕권 내의 문서?문필업을 담당하는 주체인 史姓씨족=史部집단이다. 이들 사부집단은 5세기 초에 백제에서 건너간 왕인 박사의 후예씨족인 西文首씨와 아지사주(阿知使主)의 후예씨족인 東文直씨를 중핵으로 성립되었고, 여기에 阿直岐의 후예씨족인 阿直(安勅)史씨 및 6세기에 최신의 문자문화를 가지고 도래한 왕진이(王辰爾)와 그 일족(船씨, 津씨, 白猪=葛井씨)이 더해짐으로써 보다 조직적?체계적으로 정비되었는데, 물론 그 구성과 운영에 있어서도 백제계 도래인들이 중심을 이루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이 史姓씨족=史部집단의 활동을 중심으로, 특히 5-7세기 왜국의 지배체제?국가제도의 성립 및 운영과정에 있어서 백제계 도래인들이 담당했던 역할과 활동내용을 검토해 보았다. 우선, 일본고대에서 문필업을 담당한 주체인 사부집단=사성씨족의 구성과 특징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동서사부(東西史部)와의 관련성 속에서 살펴보았고, 일본고대국가의 내정과 외교에 있어서 불가결한 외교문서의 작성 및 국내정치에서 필요한 문자문화(기록과 문장)의 실질적인 담당 주체의 문제를 에다후나야마(江田船山)고분 출토 대도명의 작성자인 「서자장안(書者張安)」과의 관련성 속에서 검토해 보았다. 다음으로, 5세기에서 7세기에 걸친 일본고대국가의 형성과정 속에서 국가체제 유지의 근간이 되는 선진적인 지배체제?통치제도의 성립(도입)?운영과정에서 담당한 백제계 도래인의 역할과 의미를 5세기의 부관(府官)제 및 인(人)제?편호(編戶)제의 시행, 6세기의 부민(部民)제와 둔창(屯倉)제, 7세기의 관위(官位)제와 승강(僧綱)제 등과의 관련성 속에서 확인했다. 나아가, 왜국에 있어서 왕권 및 국가에 관한 공식적인 역사의 기록화, 즉 사서의 편찬문제와 아울러 일본고대국가의 완성체인 율령 편찬 과정에서의 백제계 도래인의 역할을 살펴보았다. 이상의 검토를 통해서 일본고대국가 성립과정 속에서 행한 백제계 도래인들의 구체적인 활동내용은 물론, 그들이 일본고대국가형성사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의미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확인되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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