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강씨 동지공파의 일원인 강설(姜渫, 1583~1651)은 조부 강부(姜符)가 김천 찰방을 역임한 것을 인연으로, 당대 김산을 대표하던 명사 여대로(呂大老)의 사위가 되어 김산 기동(耆洞, 기를)으로 입향했다. 당시 기동은 고려 시대 이래의 혼속인 부처제(婦處制)에 따라 하빈이씨, 인천이씨, 성산여씨를 비롯한 다양한 성씨들이 잡거(雜居)하는 전통 마을(traditional village)이었다. 여기에 진주강씨가 새롭게 참여하면서, 기동은 4개 성씨가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이 되었다. ‘기동의 평화’는 17세기 후반~18세기 중반에 이르러 깨어졌다. 마을 인구의 증가로 식량 생산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사람들의 면역력이 약해지고 각종 전염병이 빈발하고 사망자가 증가하는 이른바 ‘맬더스의 함정’에 빠져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족세가 가장 컸던 성산여씨는 기동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시켜 갔고, 나머지 3개 성씨 집단들은 마을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진주강씨는 18세기 중반 기동에서 가까운 계곡 마을인 강평(江坪, 강바대)로 집단 이주했다. 진주강씨는 이곳에서 현조(顯祖)들의 현창, 각종 문자의 확보, 문중사우(門中祠宇)인 자양사(紫陽祠) 건립 등 일련의 작업을 통해, 이곳을 그들의 남계친 자손들이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종족촌락(宗族村落, lineage village)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런 노력 끝에 이들은 ‘강평 강씨’로 알려졌고, ‘기동 여씨’와 더불어 김산의 남인계 사족사회를 이끌어가는 양대 종족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Kang Sŏl (姜渫, 1583-1651), a member of the Chinju Kang’s Tongjigong sublineage (同志公派), settled in Kidong(耆洞) in Kimchŏn after becoming a son-in-law of Yŏ Tae-ro (呂大⽼), a prominent figure of Kimsan at the time, thanks to his grandfather Kang Pu (姜符)’s service as chief of post station (察 訪) there. At that time, Kidong was a traditional village populated by various lineage members, including Habin Yis, Inch’ŏn Yis, and Sŏngsan Yŏs, in the matrilocal residence customs since Koryŏ Dynasty. With the entry of the Chinju Kangs, Kidong became a village where four lineages were living in harmony. However, the “peace of Kidong” was broken in the late 17th and mid-18th centuries. As the village population increased, agricultural production reached its limit, and the village fell into the so-called “Malthusian trap,” in which people’s immunity was weakened and various infectious diseases occurred frequently, raising the number of deaths. In this situation, the Sŏngsan Yŏ lineage, which had the largest number of members further strengthened their control over Kidong, and the rest three lineages were forced leave the village. The Chinju Kang lineage migrated en masse to Kangp’yŏng (江坪), a valley village near Kidong, in the mid-18th century. They succeeded in creating a lineage (or confucian) village of their own there with the activities to pay tribute to their prominent ancestors, collect their writings and establish their lineage shrine, Chayangsa (紫陽祠). As a result of these efforts, they came to be called “Kangp’yŏng Kangs” and emerged as one of the two leading lineages of the literati society of Southerner Faction in Kim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