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서양 윤리학에 있어 주요 개념의 하나인 ‘도덕적 행위자’의 함의를 불교 유가행 유식사상이 종합 저술된 논서 「보살지(菩薩地, Bodhisattvabhūmi)」로부터 계승된 공성인식, 즉 ‘잘 파악된 공(善取空, sugṛhitā śūnyatā)’을 통하여 접근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보살지」는 공성에 대한 이해와 가치를 전제한 보살 개념의 초기사상을 간직한 문헌이다. 따라서 공성의 체화를 통한 행위자의 개념과 결과주의 윤리학 내부의 행위자 개념 간 유비를 통하여 불교 전통의 도덕적 유용함이 현시대의 다양한 문제들을 사유하는 실천윤리학적 논의와 양립 가능함을 검토해 보는 것이 논의의 주된 목표이다. 이를 위하여 첫째로 결과주의에 입각한 불편부당한 관망자(Impartial Spectator)와 무아의 행위자 개념을 비교·분석해 보았다. 사태 전체의 맥락을 평가할 때 해당 개별 행위자 영역을 평가의 준거로 삼지 않는 행위자 중립적(agent-neutrality) 노선의 결과주의 실현자로서 ‘불편부당한 관망자’의 개념은 실천윤리학적 논의의 구현을 이루는 도덕적 행위자 개념으로 제시된다. 두 번째로는 무아의 행위자 개념에 함축되어 있는 불교윤리학적 행위자(Buddhist Ethical Agent)의 개념적 수립 가능성을 모색해보았다. 이를 통하여 불교의 무아론이 지니는 윤리적 정체성을 상기해보며 현대 윤리학적 논의 내에서 불교윤리학적 행위자 개념 정립을 시도해보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였다. 결론적으로, 무아자각의 경계에서 가능한 불교 윤리적 실천과 결과주의 윤리학에서 요구되는 행위자 개념의 내용은, 행위자 주체라는 관점에서 비교한다면 지향하는 사유의 구조가 상당부분 유사성을 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교윤리학적 행위자(Buddhist Ethical Agent)로서의 보살은 진여를 자각함과 동시에 세간에 발을 내딛은 주체로서, 온 존재를 고려하는 가치의 극대화를 목표하는 결과주의적 실현자로 정립될 수 있는 것이다.

This paper aims to explore the implications of 'the moral agent', one of the key concepts in Western ethics, through the 'sugṛhitā śūnyatā', or perception of the anātman which is inherited from the 「Bodhisattvabhūmi」, a comprehensive treatise by the Buddhist Yogācāra school. 「Bodhisattvabhūmi」 is the earliest documentation of the bodhisattva concept, which is predicated on the understanding and value of śūnyatā. Therefore, the main goal of the discussion is to examine the moral usefulness of the Buddhist tradition through the embodiment of the concept of the agent through the embodiment of śūnyatā, as well as the retention of the concept of the agent within the scope of consequentialist ethics, and to examine the compatibility of the Buddhist tradition with practical ethical discussions of various contemporary issues. First, I compared and analyzed the concepts of the Impartial Spectator and the Agent of anātman based on consequentialism. The concept of the 'Impartial Spectator' as a consequentialist realizer of an agent-neutrality line, who does not take the individual actor's domain as the basis for evaluation when assessing the context of the situation as a whole, is presented as a moral agent concept that embodies the ethics of practice debate. Second, I explored the possibility of establishing the concept of the ‘Buddhist Ethical Agent’ implicit in the concept of the agent of anātman. The main purpose of this paper is to recall the ethical identity of Buddhist anātman theory and to attempt to establish the concept of the Buddhist ethical agent within contemporary ethical discussions. In conclusion, the content of Buddhist ethical practice, which is possible at the boundary of anātman-awareness, and the concept of agent required by consequentialist ethics, can be seen as quite similar in terms of the structure of thought that they aim at, if compared from the perspective of the agentic subject. The bodhisattva as a Buddhist ethical agent can be defined as an agent who has stepped into the world while remaining aware of the tathātā, and as a consequentialist realizer who aims to maximize the value of considering the whole be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