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 곡물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밀(SRW) 가격은 1월 23일 현재 작년 연고점 대비 28% 하락했다. 옥수수는 30%, 대두는 13% 내렸으며 계속해서 강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파기 이후에도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해 계속해서 곡물을 수출하고 있다. 일부 국가들의 생산 전망 악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곡물 공급 사정은 좋은 편이다. 2023/24년 세계 곡물 수급 전망과 관련해서 옥수수와 대두 생산량은 2022/23년 대비 6%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옥수수의 경우 교역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급량이 더 크게 늘어 세계 기말 재고량이 상향 조정되고 재고 비율도 높아졌다. 대두의 경우 소비량이 늘어나겠으나 교역량이 줄면서 세계 기말 재고량은 상향 조정되고 재고 비율도 높아졌다. 세계 밀 수급 전망은 2022/23년 대비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나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세계 밀 생산량이 0.5% 줄고 소비량이 0.7% 늘어나겠으나 수출량이 5% 가까이 줄어 기말 재고량의 감소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부 시장의 변동 요인이 곡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지표 호조와 인플레이션 둔화로 미국 연준이 올해부터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되어 미국 증시는 크게 오르고 달러 가치는 내려가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는 줄고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는 늘어나고 있으나 곡물 시장은 펀더멘털 측면에 치중하면서 약세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곡물 시장은 글로벌 증시나 달러의 움직임보다 유가의 흐름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인한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맨 후티 반군이 벌이는 홍해에서의 무력 충돌로 유가의 변동성은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 침체와 원유 수요 둔화 우려가 유가의 상승세를 제어하고 있지만 중동이 전면전에 돌입하게 되면 유가는 폭등할 수 밖에 없으며 곡물 시장도 이에 동조하는 현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유가와 더불어 생산 시즌에 놓여 있는 브라질에서의 옥수수와 대두의 생산 전망 불안과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호주에서의 밀 생산 급감 문제는 향후 곡물 가격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