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 이하 NBS)은 최근 국내에서 탄소중립 등 환경문제 해결방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는 코로나 이전부터 NBS의 중요성이 언급되었다. 특히 2019년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국제연합 청년 기후 정상회의(UN Youth Climate Summit)에서는 자연기반 해법 세션을 별도로 운영하였고, 유네스코(The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UNESCO)에서는 해당 세션에 MAB 청년 대표단을 참여시켰을 만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과 NBS의 연결성을 중시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독일 엘베강 경관 생물권보전지역과 연천 임진강 생물권보전지역 사례를 비교 분석하여 자연기반해법으로서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논하고자 하였다.
1971년 설립된 MAB는 인간과 생물권(Man and the Biosphere)이라는 뜻으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 BR)을 지정하는 유네스코 최초의 프로그램이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134개국 738개 BR이 지정되었고, 국내의 경우 1982년 설악산 BR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총 10개의 BR이 지정되어 있다.
MAB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하여 1976년부터 BR을 지정하기 시작하였고, ‘보전 · 발전 · 지원’이라는 세 가지 기능을 통해 그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였다. 자연보전 기반의 지역 개발 및 지역 활성화에 있어서는 지역주민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통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인위적인 시설물보다는 자연 생태계를 활용한 자연기반해법이 필요하다.
연천 임진강 BR은 2019년 임진강과 한탄강을 중심으로 연천군 전 지역을 BR로 지정받았다. 해당 지역은 2012년 중앙정부 주도로 추진되었던 DMZ BR 지정 유보 이후 3년간의 주민교육을 통해 지자체 주도로 전 지역을 BR로 지정받았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또한 DMZ를 가로질러 흐르는 임진강의 생태계 보전을 통한 DMZ 생태계의 고립을 방지하고 한반도 생태계의 거점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향후 남북통일과 그 이전의 민통선 북상으로 인한 난개발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BR은 법적 구속력이 부재하고, 정기 평가가 10년마다 진행됨에 따라 지정 이후 원활한 사업 추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실제 DMZ 일원의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유네스코 BR이 지정되어 있는 만큼 자연기반해법으로서의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독일은 과거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었던 분단국가였던 만큼 우리나라의 DMZ와 같은 그뤼네스반트가 존재하며, 현재는 유럽의 그린벨트로 기능하고 있다. 1979년 지정된 엘베강 경관 BR(Flusslandschaft Elbe BR) 또한 그뤼네스반트 지역에 위치하며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어 있는 임진강과 같이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었던 엘베강을 중심으로 지정된 독일 최대 규모의 육지 BR이다.
엘베강은 통일 이전부터 자연 재난 관리 및 수질 정화를 위해 동서독이 공동관리를 시작했던 주요 환경협력 사례지이기도 하다. 실제 엘베강 경관 BR에서는 자연기반해법의 일환으로 댐이 아닌 습지 조성을 통한 범람지 관리, 물순환을 고려한 생태정원 조성, 정원 가꾸기, 생태체험/학습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천 임진강 생물권보전지역은 2019년 지정 이후 2020년 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여 10개년 사업계획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의 실질적인 가치를 실현하고 지역소멸위기의 대응 방안으로 자연 기반해법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물권보전지역의 주요 세 가지 기능인 ‘보전, 발전, 지원’은 선순환적이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이 변화하였듯 자연 보전이 기반이 되어야만 발전과 지원의 기능이 그리고 사회와 경제의 지속가능성이 가능할 것이다.
습지 조성을 통한 수질정화, 범람 예방 등 자연기반해법이 도입된다면 환경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자연성 회복에 따른 생물다양성 증진이 가능하며, 해당 자원을 활용한 자연생태체험 학습장 또는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생물다양성 모니터링 또한 지역주민들과 함께 실시할 수 있으며, 주민들의 생태감수성 증진 등 관련 분야의 역량이 강화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연구대상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 갑작스러운 통일로 그뤼네스반트 보전을 위한 사전 대비가 충분하지 못했기에 한국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충분한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존재한다. 우선 그 출발점에서 DMZ 일원에 연천 임진강 BR을 포함한 강원생태평화 BR 그리고 그와 이어지는 설악산 BR과 북한의 금강산 BR이 지정되어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들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서 일반론적인 개발이 아닌 자연기반해법을 적용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