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론계(洛論係) 심성론은 율곡학의 범위 안에서 ‘배워서 성인이 될 수 있음[聖人可學]’의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갔다. 그리고 이 발전은 호론계(湖論係) 학자들과의 논쟁과 토론을 통해 가능했다. 호락논쟁은 호락 모두에, 그 심성론을 체계화하고 심화하는 자양분으로 작용했다.
호락 간 견해의 다름은, 기(氣)에 대한 이해의 차이에서 연유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성즉리(性卽理), 심시기(心是氣)’, ‘기발리승일도(氣發理乘一途)’, ‘리통기국(理通氣局)’을 원칙으로 삼는 율곡학의 계승자들이었기에, 기에 대한이해가 중요했다. 율곡은 기의 차별성과 동일성을 모두 언급한 바 있는데, 호론은 기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낙론은 기의 동일성을 역설했다. 이러한 차이는 ‘태생적 기의 오염’을 설명하는 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낙론은 기질의 오염을 “현재에도 유동적일 수 있는 것”으로 보았고, 호론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고정적이고 견고한 것”으로 본 것이다. 요컨대, 기의 장애를 얼마만큼 가볍게 처리하는가, 얼마만큼 고체화할 것인가에 따라 호론과 낙론의 심성론이 갈라지게 된다.
낙론계 심성론은 간재(艮齋) 전우(田愚, (1841~1922)에 의해 집대성되었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는 근거는 간재의 기질체청설(氣質體淸說)에 있다. 기질체청설은 낙론계 심성론이 지향했던 ‘기(氣)에 의한 장애의 무력화’를극진히 달성한 이론이다. 물론 주자학이 나아갈 수 있는 한계를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간재의 심성론을 낙론계 심성론의 집대성이라고 판단한다.
지금까지 필자는 호락논쟁 및 낙론계 심성론을 주로 미발(未發)과 관련하여 ‘심(心)’을 위주로 분석해왔다. 호락논쟁의 분기는 ‘기에 대한 이해의 차이’에 있고, 이것이 ‘심(心)에 대한 이해의 차이’로 이어져서, 호락논쟁의 핵심쟁점으로 정립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심 이해의 차이를 통해 성립하는 성(性) 이해의 차이’를 다루었다. 이변화는 필자가 파악하는 낙론계 심성론의 전개 양상을 따른 것이다. 낙론계 심성론은, 18~19세기에 ‘본연적 마음의 선함’을 주장하는 ‘심본선설(心本善
說)’로 전개되고, 20세기 초반에 이르러 간재에 의해 ‘기질의 근원적 선함’을 주장하는 ‘기질체청설(氣質體淸說)’로 집대성되었다. 즉, 본연적 기의 담일청 허함이 본연적 마음에서 기질의 뿌리로까지 확장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로써, 기질과 마음 안에 ‘떨어져 있는[墮在]’ 본성, 즉 기질지성(氣質之性)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간재의 제자, 후창(後滄) 김택술(金澤述, 1884~1954)의 심성론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낙론계 심성론의 이러한 전개 양상을 밝히는 것이 본고의 목표이다.
간재의 심성론을 계승한 후창 김택술은, 기질지성(氣質之性)에 대해 한결같이 “이발(已發)에 속한다.”고 강조한다. 즉, 마음이 발동한 뒤에, 기질의 구애와 인욕(人欲)의 가림이 있게 되었다면, 그래서 부중절(不中節)의 결과가 도출됐다면, 이때 이것의 원인을 두고 “기질지성에 의한 것이다.”라고 비로소 말하게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기질지성은 현실의 불선(不善)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기능할 뿐이라는 것이다. 호론계 심성론에서 본연지성이 개념적 상정이라면, 후창의 심성론에서는 기질지성이 개념적 상정이다. 이 두 견해는, 서로를 향해, “본말이 전도되고, 개념과 실재가 역전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로 상반된 견해이다.
현대 주자학 연구자들의 기질지성 이해는 대체로 호론계 이론에 가깝다. 호론식의 주자학 이해에 익숙한 현대의 연구자들은 아마도 후창의 견해를 주자학에서 벗어난 이론으로 간주할 것이다. 그러나 기질지성을 후창처럼 이해하지 않으면, 본연지성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주자학은 시종 본연지성이 진짜 본성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대 주자학 연구에서의 난점과 쟁점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간재와 후창의 심성론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The paper examines the development of the theory of Rak School (洛學) in the 19th to 20th century. As followers of the Yulgok school, scholars of the Rak School developed their own theory while faithfully adhering to Yulgok's philosophy. The development of Rak School’s theory of Human nature and Heart-mind involves a sophisticated development Zhu Xi’s theory of the Heart-mind.
In Neo-Confucianism, when scholars contrast Heart-mind and Human nature, most consider heart-mind to be ki (氣, Ch. qi) and Human nature to be i (理, Ch. li). As ki, Heart-mind may be impure. However, School of the Rak emphasizes the difference between Heart-mind and temperament (氣質), and thus insists that for ordinary people, even though one’s temperament might be impure, their Heart-minds remain pure. Followers of the Rak school called this pure mind ‘the original Heart-mind’. This is their theory of “Heart-mind is originally good.”. We can say this is the Heart-mind theory of the Rak School.
In this paper, the development of this pattern was demonstrated by analyzing the theory of Jeon Wu (1841-1922, pen name Ganjae) and Kim Taeksul (1884~1954, pen name Huchang). Jeon founded a new theory insisting that the original state of ki (氣質本體) is pure and good. Kim inherited this theory and presented a specific understanding of Human nature, especially the Human nature of temperament. According to Kim, the Human nature of temperament is a concept that can be said only after emotions or accidents occur incorrectly. This understanding maybe sound unfamiliar to current Neo-Confucian researchers who are less familiar with the Horak school or may consider it a deviation way too far from orthodox Zhu-Zheng philosophy. However, we should seriously consider this perspective as it enables us to recognize the nature of temperament as secondary, that can carry further implications of understanding the difficulties of Neo-Confucian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