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연구의 배경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학계나 정책당국에서는 신용팽창에 이은 경제적 성과, 또는 은행의 성과에 대한 많은 논의와 분석이 진행됨.
ㆍ Bernanke and Gertler(1989), Kiyotaki and Moore(1997)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연구에 따르면 주로 이론적인 관점에서 은행의 낙관적인 판단을 통해 이루어진 신용확장 국면 이후 부정적인 충격이 발생하면서 대출의 질이 악화되고 이에 따라 저조한 경제적 성과가 따른다는 이론적 설명 등을 제공함.
ㆍ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Reinhart and Rogoff(2009), Schularick and Taylor(2012) 등의 연구들은 빠른 신용팽창과 실물경제의 위축이라는 관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방대한 역사적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제시함.
ㆍ최근에는 미시적으로 은행이라는 신용채널을 중심으로 분석이 이루어졌는데, Fahlenbrach, Prilmeier and Stulz(2016) 등은 개별은행의 빠른 대출성장이 미래의 낮은 대출 성과와 낮은 은행 수익을 예측한다는 것을 발견함.
▣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실증적 결과들이 우리나라 은행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음.
Ⅱ. 신용확장과 경기, 그리고 은행의 대출증가와 성과
▣ 주로 거시적인 관점에서 취급되었던 신용(credit)과 관련된 학계의 연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은행을 통한 신용팽창과 실물경기의 순환, 즉 거시경제학적 측면에서 화폐와 금융(money and banking)이라는 주제로 재조명되기 시작함.
ㆍ신용이 정상적인 경제상황은 물론이고 경기 침체기에도 신용이 충격의 증폭과 전파, 그리고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
▣ Fisher(1933)나 Minsky(1977) 등으로부터 시작하여 Bernanke (1983, 1993), Gertler(1988) 등은 비록 정도는 다르지만 금융적 요인이 아주 강력하고 뚜렷하며 심지어 때로는 경제에 대한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
ㆍ단순히 화폐(bank money)를 바라보던 시각을 넘어 은행의 신용창출과 연관된 메커니즘과 양이 실물경기를 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
▣ 전체 은행의 대차대조표(bank balance sheet), 자산 측면(asset side), 레버리지와 구성(leverage and composition)은 거시경제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봄.
ㆍ 한 가지 채널은 Bernanke and Blinder(1988)의 주장처럼 통화 전달 메커니즘의 증폭, 즉 금융 가속 효과(financial-accelerator effect)임.
ㆍ 다른 채널은 Bernanke, Gertler, and Gilchrist(1999)에서 보인 것처럼 자산 가치 하락이 대출을 손상시키고, 생산성을 저하시켜 자산 가치의 추가 하락을 유발하는 담보제약(collateral constraint)으로 인한 금융 취약성 효과(financial fragility effect)일 수 있음.
▣ Eichengreen(2009) 등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실증분석과 괴리된 경제이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였고, 이러한 연장선에서 과거의 실제 경험에서 화폐와 금융(money and banking), 그리고 신용의 역할을 찾고자 시도됨.
ㆍReinhart and Rogoff(2009), Schularick and Taylor(2012) 등은 100년 이상의 역사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과 실물경기와의 관계 찾기를 시도함.
ㆍ 이후 Jordà, Schularick and Taylor(2013)는 신용 집약적인 확장 이후 더 깊은 경기 침체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발견함.
▣ 이후 은행(bank)이라는 신용채널 중심에서 좀 더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분석으로 연결되었고, 이러한 실증연구들은 최근 일부 연구에서 행동 경제학에 기반한 이론모형으로 발전됨.
ㆍ Fahlenbrach, Prilmeier and Stulz(2016)는 미국 은행을 대상으로 한 횡단면 분석을 통해 개별은행의 빠른 대출성장이 미래의 낮은 대출 성과와 낮은 은행 수익을 예측한다는 것을 발견함.
ㆍ Bordalo, Gennaioli and Shleifer(2018)는 발견적 방법론(heuristic)에 기반하여 신용시장이 어떻게 과열되는지를 기대형성 메커니즘을 통해 신용사이클을 설명함.
▣ 이를 종합하면, 신용의 팽창이 거시적으로 경기사이클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와 미시적으로 신용확장이 궁극적으로는 대출기관(은행)의 성과와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관련 연구의 흐름이었음.
Ⅲ. 우리나라 대출시장의 흐름
1. 2000년 이후 은행 대출의 흐름
▣ 2000년대 이후 금융기관의 대형화, 특히 우리나라 대출자산 중심의 은행산업의 외형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시현함.
ㆍ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외형적 성장은 외환위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영업전략 변경 및 대출포트폴리오조정에 따른 가계부문에 대한 대출확대 등 공급측 요인에도 원인이 있음.
▣ 2000년대 초반 국내은행의 대출은 경제성장과 함께 꾸준히 증가함.
ㆍ2000년 말 기준으로 581조원 수준이었던 일반은행의 총자산은 이후 연평균 8.4% 증가하여 2010년 말 기준으로 1,280조원 규모로 확대됨.
* 은행권의 외형성장은 동기간 평균 경제성장률인 5.1%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임.
ㆍ2000년 말 기준으로 명목 GDP 대비 47.7% 수준이었던 예금은행의 총대출금 규모는 이후 그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어 2010년 말 기준으로 74.6% 수준에 이름.
2. 은행 대출포트폴리오의 구조변화
▣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은행 대출의 가장 큰 구조적 변화는 가계대출의 급격한 증가 그리고 상대적 비중 확대와 함께 대기업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확대로 인한 대출축소로 요약 가능함.
ㆍ2000년대 초반인 2002년 말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1% 수준이었으나 이후 그 비중이 점차 확대됨.
ㆍ 가계대출 비중의 변화는 2000년대 중반 부동산시장 과열현상과 정부의 관련 부동산정책, 그리고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의 급랭과 관련이 있음.
▣ 2008년말 금융위기 이후 경기하락으로 인해 기업 및 가계부문 모두 대출 증가가 둔화됨.
ㆍ2013년 이후에는 가계대출이 본격적으로 은행 대출 성장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기 시작함.
3. 기업대출의 구조변화
▣ 2000년 이후 예금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상대적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함.
ㆍ 2000년 말 예금은행의 총대출금 대비 중소기업대출 비중은 46.8% 수준이었고, 이후에도 동 비중은 40% 내외를 유지함.
ㆍ총대출금 대비 대기업대출 비중은 2000년 말 기준으로 14.2% 수준이었으나, 2007년 말에는 4.4% 수준까지 상대적으로 급격히 감소함.
▣ 대기업이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급격히 줄이면서 총대출 대비 기업대출 비중은 2000년대 초 61.0%에서 2000년대 중반에는 44.8%까지 감소함.
ㆍ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가계부문의 대출수요 감소와 대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일시적으로 증가하여 기업대출 비중은 소폭 증가함.
▣ 2000년대 초중반 대기업의 대출감소는 정책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 및 부실 발생 시 위험이 금융기관에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부채비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되었기 때문임.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신용리스크 상승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위축되었고, 동시에 저금리 기조에 회사채 발행 증가로 기업대출 증가율 자체가 하락하는 등 새로운 구조변화를 경험하고 있음.
4. 가계대출의 특징
▣ 우리나라에서 경기침체기의 경우 일반적으로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남.
ㆍ경기침체기에 은행이 수익성 악화 가능성 및 신용위험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대출을 자제하고 기존의 중소기업 대출을 회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판단됨.
▣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경우 50% 이상이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주택담보대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대출증가율의 감소폭이 중소기업대출에 비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음.
ㆍ 금융위기 직후 부동산 경기침체의 여파로 주택관련 대출 비중이 감소하였으나, 2009년부터 2016년 말까지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 증가함.
Ⅳ. 실증분석
▣ 실증분석에서는 주로 2000년 이후 은행의 대출과 주가수익률로 나타나는 은행의 성과자료를 기반으로 은행의 대출증가가 이후 은행의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함.
ㆍ 본고에서 Fahlenbrach, Prilmeier and Stulz(2016)와 같이 은행의 주가수익률을 은행의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로 분석함.
1. 대출과 은행산업 성과
▣ 우리나라 전체 은행의 대출자료와 인덱스로 나타낸 은행산업의 주가수익률을 기반으로 단순회귀모형을 이용하여 관계를 분석함.
ㆍ전체적인 추정결과는 은행의 대출이 증가한 이후 주가수익률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나타남.
ㆍ다만, 2010년 이후의 시기만을 보면 은행을 통한 대출의 증가, 신용의 확대가 은행산업 자체의 성과와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려움.
2. 대출의 성격 :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 본 연구는 국내은행이 취급하는 대출의 종류에 주목하고, 전체 은행의 대출자료를 대출의 특징이 다르다고 인식되는 가계대출과 기업대출로 구분하여 분석을 실시함.
ㆍ 2010년 이후 자료를 이용한 분석에서 신용의 팽창과 이후 은행의 성과에 관해 해외연구들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현상(stylized fact)이 관찰되지 못하고 있음.
▣ 분석결과, 기업대출의 증가가 이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합리적 기대 가설(rational expectation hypothesis)이나 낙관적 기대, 위험에
대한 인식의 부족 등 신용팽창과 이후 나타나는 경기의 부진, 은행성과의 부진 등 앞서 설명한 기존 이론과 아주 부합하는 형태로 나타남.
ㆍ 특히, 상대적으로 은행의 기업대출이 단기적으로 빨리 증가할수록 이후 은행의 성과에는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됨.
ㆍ다만,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증가가 향후 은행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전반적으로 양(+)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님.
▣ 본 결과는 해외 주요국 은행산업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의 신용확장 이후 관찰되는 은행의 성과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현상(stylized fact)과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음.
3. 강건성 검증(robustness check)
▣ 앞선 분석과 유사한 분석을 데이터 발표 빈도가 더 많은 한국은행의 발표자료를 이용하여 분석을 실시함.
ㆍ한국은행이 집계하는 2003년 10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약 212개월 간 은행대출 관련 월간 자료를 활용함.
▣ 앞선 분석과 마찬가지로 기업대출이 증가했을 경우 향후 은행의 주가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관찰되는데, 우리나라 은행들의 수익성 관점에서 여러 의미를 지님.
ㆍ 우선 우리나라 은행들의 수익성 관점에서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능력이 약해서 대출대상의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따라서 리스크를 감안한 적정 대출금리를 부과하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음.
ㆍ 국내 기업대출의 경우 중소기업지원 등 상당부분 정부의 개입이 이루어지면서 은행들이 적정금리를 부과하지 못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
ㆍ반면, 가계대출의 경우 가계대출의 증가가 장기간 이루어졌을 경우, 은행의 주가수익률은 양(+)의 관계를 나타내는데, 대출의 확대에 따른 위험요인이 가계대출의 경우 미미하다는 측면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음.
4. 개별은행 분석 : 패널분석(panel analysis)
▣ 마지막으로는 은행별 데이터를 이용한 패널분석을 추가로 실시하여 분석의 강건성(robustness)을 체크함.
ㆍ 국내은행 중 개별은행이 직접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개별은행 주가의 대용변수(proxy)로 금융지주의 주가를 이용하여 패널분석을 실시함.
ㆍ 일반적인 (불균형) 패널모형에 거시환경과 은행특성을 나타내는 변수를 통제변수로 사용함.
▣ 분석결과, 은행대출 증가가 은행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앞선 분석과 일관적인 결과를 나타냄.
▣ 분석결과를 요약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의 대출증가 이후 주가수익률로 나타내는 은행의 성과는 부정적인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관찰되는 데, 다만 지난 20여 년간 대출의 특징이 다른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서로 상반된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
ㆍ우선, 본 연구는 해외 주요국 은행산업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을 통한 신용확장이 향후 은행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현상(stylized fact)과 유사한 결과를 보여줌.
ㆍ 다만, 이러한 관계는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을 구분하여 살펴보면 기업대출의 경우 더욱 뚜렷이 관찰되며, 가계대출은 오히려 반대되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실증분석 결과를 제시함.
Ⅴ. 정책적 시사점
▣ 본 연구결과는 우리나라 은행산업과 금융시장에 대한 다양한 시사점을 제시하는데, 무엇보다도 은행의 성과관리를 위해서는 대출증가라는 성장성보다는 대출에 내재된 위험관리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시함.
▣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의 대출로 나타낼 수 있는 신용확장(팽창) 이후 은행의 성과는 부정적인 관계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관찰되며, 이는 기업대출의 경우 더욱 뚜렷이 관찰되는데 이를 통해 다양한 시사점이 제공됨.
ㆍ우선 은행경영에서 대출경쟁을 통한 외형확대는 주가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은행의 성과관리 측면에서는 대출포트폴리오의 내재된 위험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함.
ㆍ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정보효율성 관점에서 해석하자면, 우리나라에서 기업대출이 갖는 위험이 가계대출의 위험보다 상대적으로 높으며,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음.
ㆍ 대출에 내재된 위험의 평가 측면에서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대출에 내재된 위험이 상당히 커졌기 때문에 향후 가계대출이 은행의 주가수익률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함.
ㆍ 주식시장의 예측이라는 측면에서 은행(산업)의 주가수익률의 예측 요인으로 은행의 주요 상품인 대출증가율의 예측력이 있음.
ㆍ 마지막으로 은행의 신용확장과 은행의 주가수익률에 대한 관계에 대한 기존 이론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됨.
▣ 자금중개과정에서 위험에 대한 과신 등이 이루어질 경우 궁극적으로는 기업으로서 은행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본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음.
ㆍ 은행은 자금중개과정에서 위험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자금배분을 실시함으로써 실물경제의 성장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음.
▣ 은행의 성과관리와 관련해서는 자산의 확대라는 외형적 성장보다는 위험에 대한 분석능력의 제고 등이 더욱 요구된다는 시사점을 제시
ㆍ 다만, 본 보고서에서 말하는 은행의 성과는 은행의 성과를 나타내는 여러 지표 중 은행의 주가수익률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확대해석에 주의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