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 사이에 곡물 시장의 가격 변동성은 심화되어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생산 시즌에 있는 주요 곡물 생산국들의 기상 여건 변화가 가격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양호한 날씨로 인해 5월 초반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국가의 곡물 생산 전망이 밝아지면서 곡물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여름철 혹서기에 들어서면서 생산 전망이 불확실해져 가격은 다시 큰 폭으로 치솟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를 잇는 북부 대평원 일대는 무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봄밀 생육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었으며, 생산량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곳곳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기상 이변 현상으로 인해 주요 곡물 산지가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 유럽은 최근 폭우가 내려 홍수가 발생했으며, 아르헨티나에서는 주요 곡물 운송로인 파라나 강 수위가 낮아져 수출 시즌 곡물 공급에 제한을 받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2기작 옥수수 생산이 문제된다. 생육 기간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으며 수확 단계에 진입해서는 추워진 날씨에 서리까지 발생해 생산량이 급감할 위기에 놓여있다. 인도는 몬순 기후로 우기를 맞이한 상태이며 불규칙한 강우로 인해 여름작물의 생산 전망이 어두워졌다.
수급 전망에서 제시된 자료들을 살펴보면, 2021/22년 전체 곡물 생산량과 공급량은 늘어나겠으나, 소비량과 교역량도 증가하게 되어 기말 재고율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시즌 대비 쌀과 밀의 기말 재고율은 하락하는 반면, 옥수수와 대두의 기말 재고율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량과 교역량 증가 대비 공급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 옥수수와 대두 기말 재고는 높아질 전망이다. 북반구는 2021/22년 신곡 생산 단계에 들어가 있으나, 남반구 특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2020/21년 곡물을 수확하고 있다. 2019/20년에 비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곡물 생산량은 급감하겠으나, 2021/22년에는 예년보다 높은 생산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곡물 수입 수요는 늘어나겠으며, 세계 곡물 재고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내 곡물 생산량을 대폭 늘리는 정책을 펴 곡물 수입량을 줄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중국의 양돈 산업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서 빠르게 회복되어 감에 따라 사료용 곡물 수요 급증으로 수입량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팬데믹은 각 국의 식량안보 강화와 전략적 비축을 야기하고 있어 공급 못지않게 수요 또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점들을 상기하면서 이하에서는 미국 농무부(USDA), 국제곡물이사회(IGC),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제시하는 수급 자료들을 통해 세계 쌀, 밀, 옥수수, 대두 수급 전망을 다룬다. 주요 국가의 품목별 수급 전망에 대해서는 미국 농무부가 7월 12일에 발표한 ‘세계곡물수급전망(WASDE)’ 보고서와 각종 뉴스들을 중심으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