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노직은 소유권적 정의론을 제시하며 보수주의의 총아로 평가받고 있다. 이상적인 국가형태에 대해 그는 최소국가를 지향하며, 현대 복지국가와 같은 강제적 복지를 반대한다. 그가 제시하는 최소국가는 자칫 무정부주의로 보일 수 있으나, 그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국가 발전단계 중 마지막 단계에 위치시킨다. 이러한 최소국가론을 정당화하는 중심에는 로직의 ‘소유권적 정의론’이 존재하는 것이다.
본 논문은 소유권적 정의론을 비판하는 저자 ‘홍’과 노직의 상상속의 대화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소유권적 정의론이란 한 사람의 소유물은 취득과 이전에서의 정의의 원리 또는 불의의 교정의 원리에 의해 그 소유물에 대한 권리를 부여받았다면 정당한 것으로 보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홍은 법의 흠결 상황을 가정한다면, 최초 취득의 원칙에 있어서 소유권의 정당성을 달리 판단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명백히 부정의한 사유재산의 축적을 과거 법의 흠결 상황을 이용하여 정당화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직은 실정법과 자연법을 구별하며, 실정법이 흠결된 상황에서 발생한 부정의를 자연법에 근거하여 시정의 원칙 적용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이에 대해 홍은 사회적 우연이 개입된다는 점에서 엄격한 윤리적 판단을 회피하는 것이 의도된 소극성이라고 의심한다. 또한, 과연 자연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인식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물음을 제기한다. 그럼에도 노직은 여전히 자연법은 이성을 통해 인식할 수 있고, 국가 수립 단계에서의 실정법의 통제근거로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노직은 자발성을 정의로운 소유권 형성에 충분조건이라 한다. 자발성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설명된다. 우선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 자연의 사실들을 때, 그 때의 행위를 자발적이라 한다. 또한, 행위를 제한하는 타인들의 행동이 그들이 가진 권리에 속할 경우에도 자발적이라 할 수 있다. 노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근로자들의 노동을 후자의 예시로 든다. 즉, 자본가들이 근로조건을 제시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노동은 강요가 아닌 자발적 선택이다.
그러나 홍은 법정 최저임금의 조정이 발생한다면 자발적이고 정의로운 소유관계가 쉽게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노직의 논리를 비판한다. 특히, 실정법은 추상적인 입법원리를 규율하는 자연법을 해석하며 개인이 행사하는 권리의 구체적 모습을 규율한다는 점에서 실정법도 개인의 권리의 한계를 제약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홍은 천부인권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개인이 일생동안 발현할 수 있는 권리의 잠재력이 모두 다르게 주어지고, 사회구조는 그 차이를 더 심화시킨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개인의 자율성을 맹신하기보다, 사회구조의 모순에 대해 항상 비판적인 자세를 수반할 것을 당부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