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소설 작가로 유명했던 발자크가 사실은 드라마와 오페라, 보드빌 그리고 멜로드라마 등의 장르를 썼었던 재능 많았던 작가였음은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희곡이라는 분야에서도 발자크가 썼었던 『투기꾼 le Faiseur』 이라는 작품은 동 작가의 다른 극작품이 별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더구나 평단의 아무런 관심도 못 받았던 것에 비해 20세기 들어서만도 다양한 각색과 연출을 통해 15회 정도나 상연이 됐었다.
발자크는 1840년, 자신의 소설을 각색한 희곡 『보트렝 Vautrin』 을 공연했는데 예상외로 실패를 맛보게 된다. 이때의 실패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인 『메르카데 Mercadet』 의 창작에 열심히 공을 들이던 발자크는 8년이 지나서 기존의 원고에 수정을 가한 뒤에 작품의 제목을 『투기꾼 le Faiseur』 으로 바꾸어서 1851년 드디어 첫 무대에 올리게 된다. 이 작품은 그의 다른 극작품들과 달리 평단은 물론이고 유명 연출가와 배우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희곡 작가로서의 발자크의 명성을 드높였다. 그래서 본고에서는 텍스트의 분석과 현대의 연출을 통해 과연 이 작품에는 기존의 실패했던 작품과는 다른 어떤 차이점과 요인이 있었기에 과연 성공 할 수 있었는지 발자크의 연극적 용어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사실 투기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극작품은 발자크의 『투기꾼 le Faiseur』가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금전 l’argent」 이라고 불리는 단어와 그 파생어가 발자크의 이전 실패한 작품이었던 『보트렝 Vautrin』에 비해 월등히 많이 사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발자크의 연극적인 변화는 극을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물질만능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에서 Mercadet 가족이 직면하게 된 가난과 궁핍을 더욱더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 즉 기존의 실패했던 작품에 비해 이 작품은 관객들의 공감대를 쉽게 이끌어 내면서 물질과 돈 그리고 그것의 부족이 주는 궁핍을 잘 전달했던 것이다. 사실 발자크가 극작 활동을 했던 19세기는 문학상의 사조가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로 넘어가고 음악에서도 베리스모 오페라 라고 불렸던 사실주의 오페라가 유행하던 시대였는데 이것은 바로 인간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의 모습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랬던 시대였기에 발자크의 『투기꾼 le Faiseur』은 관객들과 연출가 그리고 배우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외에도 부조리한 사회를 날카로운 눈으로 관찰했던 발자크가 만들었던 정치와 사회를 풍자 비판하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도 성공에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유명 연출가였던 Jean-Paul Roussillon의 1993년의 연출은 발자크의 언어적 변화와 특징을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게 표현하면서 제대로 된 풍속희극으로 만들어졌는데 당시 주연이었던 Michel Aumont의 빼어난 연기와 더불어 발자크의 극작품이 보여주는 현실감과 풍자성을 잘 나타냈던 것이 대중들의 좋은 평가와 반응을 이끌어 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