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한국 고전 서사의 대표적 언어문화 중 하나로 ‘선악 서사’에 주목하여 현대 학습자가 선악 서사의 감상 과정에서 겪는 경험이 지닌 윤리적 성격을 탐색하였다.
권선징악은 근대문학의 형성 시점에 고전소설의 주제와 구조의 천편일률적 성격을 대표하는 특징으로 지목되며 극복되어야 할 유물로 간주되었다. 고전소설 연구가 심화되며 권선징악 서사는 17세기 이후 고전소설의 특정하위 유형에서 드러나는 서사 구조라는 점이 밝혀졌고 권선징악 서사에 대한 문학교육적 탐색도 다양하게 제시되었다. 학교 현장에서 권선징악 서사를 다루는 대표적 접근법 중 하나는 권선징악 서사 속 선인과 악인에 대한 재평가의 성격을 지닌 인물 비평이다. 즉 권선징악 서사에서 권장과 징치를 덜어내고 선인과 악인을 판단하며 선인의 서사와 악인의 서사에 대한 비평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선인과 악인에 대한 학습자들의 비평 양상 속에서 학습자들은 선인과는 수직적 비평 관계를, 악인과는 수평적 비평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인다. 선인 비평에서 학습자들이 보이는 비평 태도는 선과 악을 이분법적 구도로 파악하고 선과 악의 범주를 배타적으로 구분한 후, 자신은 선악을 초월한 판관의 지위에 올려놓은 채 선인의 행위에서 결점을 찾아 판결하는 모습에 가깝다. 반면 악인을 비평할 때 학습자들은 악인과 자신을 나란히 놓는 수평적 위치를 설정하여 악인이 악한 행위를 행할 수밖에 없는 심리적 이유를 찾는 등 공감적 태도를 보인다.
학습자들이 선악 서사 속에 인격적 참여를 시도하여 선인과 악인을 비평하는 활동은 “나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라는 윤리적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이다. 학습자들의 인물 비평 과정에서 제기된 윤리적 질문은 공동체가 개체에게 부과하는 객관적 준칙인 도덕과 대면하여 도덕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학습자 개인이 내려야 하는 판단, 성찰, 숙고의 영역 속에서 윤리를 형성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선악 서사 속 인물을 비평하는 활동이란 학습자가 선악을 초월한 위치에서 판결하거나 악인에게 전적으로 감정이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선인과 악인을 둘러싼 환경이나 선인과 악인의 행위 기반이 되는 도덕과 학습자 자신 사이의 관계를 성찰함으로써 학습자 내면의 선과 악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윤리를 형성하는 심사숙고의 과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This paper explores the ethical process of the experiences of modern learners in the appreciation of good and evil narratives in Korean classic narratives.
In the criticism of learners about the good and the bad, the learners are found to have a vertical critical relationship with the good and a horizontal critical relationship with the bad. In critiquing good narratives, learners see good and evil as dichotomous compositions and separate the good and evil categories exclusively. Learners find themselves in the position of a judge who transcends good and evil, looking for defects in the actions of good people. On the other hand, when criticizing the wicked, learners have a sympathetic attitude, such as finding a psychological reason for the wicked to do evil by setting a horizontal position to place themselves with the wicked.
Learners should consider the following in their critique of characters in good and evil narratives. It requires a process of mediation that forms one's ethics by reflecting on the environment surrounding good and bad people or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learner himself and the morals that underlie the actions of good and bad 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