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미/중 양국 간의 무역 분쟁이 최근 들어 화해의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대한 관세를 잠정 면제하고 중단했던 대두 구매를 재개했으며,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시기를 연장했다. 오는 10월 초에는 미/중 양국의 고위급무역협상이 예정되어 있으며 무역협상 낙관론 부각으로 바닥권에 떨어져 있던 곡물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 유가가 폭등한 점도 곡물 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주요 석유 시설들이 무인 드론의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했으며,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미국은 이번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군사적 행동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등 긴장 관계가 고조됐다.
외부 시장의 강세 요인과 더불어 미국 내 주요 곡물의 작황 부진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봄철 상당히 많은 양의 비가 내려 파종이 크게 지연됐으며, 생장 시기가 계속해서 늦춰짐에 따라 작년 대비 곡물 생산량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생육에 중요한 시기인 혹서기를 잘 극복하고 수확 시기를 맞아 양호한 날씨가 이어지자 곡물 가격의 상승세는 다소 제한을 받고 있다.
그밖에 펀더멘털 강세 요인으로는 미국에서의 바이오연료 수요 확대를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노력, 미중 무역협상 진전에 따른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대량 구매 가능성, 남반구 일부 국가들의 기상 악화로 인한 생산 감소 우려 등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곡물 시장에 변화를 줄 만한 대내외 요소들은 상당히 많이 산재해 있어 향후 곡물 가격의 변동성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실무자를 중심으로 한미/중 양국의 무역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협상 진전 가능성이 약해졌으며 폭등했던 국제 유가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안정을 되찾고 있다. 호주, 아르헨티나 등 남반구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생산 시즌 파종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으나, 세계 최대 농산물 생산국인 브라질은 올해에도 곡물 생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인 중국은 작년부터 전적으로 브라질산 대두를 구매해옴에 따라, 브라질은 대두를 중심으로 곡물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에서 인근 국가로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 우리나라도 경기도 파주와 연천에서 발병하는 비상 상황이 전개됐다. 중국에서는 돼지사육 마리수가 급감함에 따라 내수 시장에서 거래되는 돼지고기 가격이 발병 이후 40% 이상 뛰었으며, 사료용 곡물 소비는 대폭 줄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아시아 국가들의 사료용 곡물 소비 둔화와 수입 수요 감소 우려는 세계 곡물 수급에 불안정한 요소가 된다.
미국 농무부의 9월 세계 곡물 수급 전망 자료를 토대로 국제곡물이사회, 국제연합식량 농업기구의 수급 자료를 대비해 봄과 동시에 품목별·국가별 수급 관계를 차례대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