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정보는 "구조를 갖춘 물질", 또는 "데이터+의미"로서 정의되곤 한다. 이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정보에 대한 "객관적 이론과 주관적 이론"의 틀 속에서 전개된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에서는 정보의 실재성 문제가 주제적으로 탐구되지 않고 있다. 정보의 실재성 문제는 정보 자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요구한다. 나는 정보에 대한 현상학적 접근을 통해 정보를 "정황에 대한 보고"로서 이해한 뒤, 정보의 실재성 문제를 "사물적 차원"과 "해석학적 차원"에서 제기한다.
정보는 그것이 대신하고 있는 것(원래 사물)의 재현물로서 "아포판티쉬한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정보는 대신성과 재현성, 그로써 동시에 "가상성"에 의해 함께 규정된다. 본 논문에서는 디지털 정보의 실재성을 중심으로 그 가상성을 다음 세 가지로 규정한다. 첫째, 디지털 정보의 가상성은 "기술적(인공적) 매개성 내지 의존성"을 뜻한다. 둘째, 위장성을 뜻한다. 이것은 "가상"의 일반적 뜻,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마치 그런 것처럼 자신을 나타내 보이는 것"과 일치한다. 이러한 의미의 "가상성"은 일종의 "감각적 오류가능성" 또는 [감각적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은폐성 내지 위장성"으로 규정될 수 있다. 셋째, "꾸며져 있음" 디지털 정보의 가상성은 오늘날 "가상 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낱말을 통해 널리 알려지고 있다. 여기서 "가상"은 다시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하나는 "실재하지 않는 것"의 구상화 내지 형상화이고, 다른 하나는 "실재하는 것"의 상상화 내지 극사실화(Hyperrealism)이다. "가상 정보"는 현실감을 낳도록 "꾸며져 있는 정보"를 말한다. 이러한 "꾸며져 있음"이 곧 디지털 정보의 가상성의 마지막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