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미국의 건축가 프랑크 게리(Frank Gehry)의 1987년부터의 작품의 조형 언어의 변화에 대한 분석 연구이다. 그의 조형 언어는 ‘매스’(volume)에서 ‘면’(surface)으로, 직선에서 곡선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대기적인 분석이 아닌 통시적 분석 방법으로, 이변화 과정이 독립적인 ‘면’(l``autonomie de la surface)과 ‘폴드’(pli)라는 하나의 뚜렷한 논리를 향한 진화임을 알 수 있다. 작가는 폴드를 통해 서로 다른 요소들을 융합하고 개체로 분리되어진요소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합쳐 나간다. 바로 형태의 파편화(fragmentation)에서 융합으로의 승화가 최근 20여 년간의 프랭크 게리의작품 언어를 특징지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변천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필자는, 한편으로는 프랑크 게리의조형 언어를 특징짓는 파편화, 매스의 곡선화, 표피를 분리시키기, 폴드, 구김과 같은 요소들을 분석하였으며, 또 한편으로는 작가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주었음직한 다양한 예술가들의 목록을 기록하였다. 순수 미술이 직ㆍ간접적으로 그의 작업세계에 영향을 끼쳤다. 예술은 게리가 그 동안 답습한 여러 규범으로부터 일탈할 수 있게 해주었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능케 해주었다. 필자는 프랭크 게리의 조형 언어의 변천 과정과 게리에게 영향을 끼친 예술가들을 분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6가지 형태의 카테고리에 따라 분석했다: 1. 파편화, 비상식적 병치, 서로 상이한 재료와 형태들의 요소들을 조합함:프랑크 게리는 전체 작품을 작은 부분으로 파편화시키고 그것들을 병치시킨다. 즉 그 건물의 상이한 작은 부분들을 조합했는데, 그것은 그 부분의 특성을 더욱 강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이 방법은 미켈란젤로(Michel-Ange)가 바위덩어리에 조각을 한 방법, 앙리 로랑스(Henri Laurens)와 존 챔벌린(John Chamberlain)이 여러 재료를 모아 작품을 만든 방법, 그리고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와 토니 크랙(Tony Cragg)의 아상블라쥬 작업방법을 연상시킨다. 2. 곡선의 도입: 프랭크 게리는 표면과 천장을 동시에 구부러트리는 방법으로 건축물을 만든다. 곡선의 도입이다. 그는 곡선의 개체들을 이중으로 해서 복잡한 면을 가진 기하학적인 건축물을 선보인다. 이 방법은 자크 립시츠(Jacques Lipchitz)와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가 매스를 곡선화 시킨 것과 관련이 있다. 또한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가 일상생활에 쓰이는 오브제를 커다란크기로 재현한 방법과 관련이 있다. 3. 독립적인 커다란 표면들: 프랭크 게리는 독립적인 곡선의 벽들로부터 건축물을 구성한다. 이러므로 작가는 건물의 면이 독립적인 건축 작품들을 만든다. 이 방법은 리차드 세라 [Richard Serra]가 공간속에 굽은 형태의 표면을 가진 커다란 작품을 설치하는 방법 그리고 윌리엄 반 드벨트(Willem Van der Velde)가하늘 배경에 커다란 돛이 있는 배를 그린 방법과 관련이 있다. 4. 접히고 구겨진 표면: 프랭크 게리는 정형적인 건물에 접히고 구겨진거대한 오브제를 도입한다. 이 거대한 오브제는 건물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건물을 완전히 둘러싼다. 이 방법은 잔 로렌초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가 주름이 많은옷을 입은 작품을 만든 것과 델파이의 마차 전사 (l’Aurige de Delphes)의 옷에 있는 주름과 관련이 있다. 또한 클라우스 슬루테어(Claus Sluter)와 로버트 모리스(RobertMorris)가 조각한 주름진 옷들과 관련이 있다. 5. 건축물에 접히고 또 접힌 곡선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함: 작가는 건물을 변형시키기 위해 접힌 곡선들을 사용한다. 이 곡선의 증가는 직선으로 된 공간에 반대한다. 이 방법은 조지 오어(George E. Ohr)가 자신의 도자기의 표면을 구기는 것과 제롬 보쉬 (Jerome Bosch)가 주름진 옷을 입고있는 사람들을 그린 것과 관련이 있다. 6. 공중에 떠 잇는 듯한 오브제로서의 곡선: 프랭크 게리는 건물에서 완전히 거리가 떨어져 있는, 마치 공중에 떠있는 듯한 곡선의 면을 만든다. 요하네스베르메르 (Johannes Vermeer)가 그림에서 주인공에게 녹말풀을 먹인 긴 주름이 있는 옷을 입힌 것과, 이세이 미야케 (Issey Miyake)가 폴리에스테르로 된 옷에 지워지지 않는 곧은 주름을 넣은 것과 관련이 있다. 건축사 게리는 미디어와 상업적 효과를 위해, 재정적, 기술적, 프로그램의 제약을 넘어서서 그 이상을 전달하고, 건축에 있어서 눈에 띄게 장관인 폴드(plis)라는 조형 언어를 찾아내었다. 게리에게 있어 폴드(plis)는 휘어지지 않는 딱딱한 재료 안에 숨겨진 움직임(mouvement) 뿐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체인 것이다. 신체에 있어 피부가 심리적 상태에 영향을 받으면서 생리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면, 게리의 건축물에 있어 표피(la peau)는 안과 밖,방문객과 건물, 빛과 그림자, 오목함과 볼록함, 시각과 촉각, 바라봄과 쓰다듬기 사이의 상호작용의 인터페이스(interface)이다. 이처럼 게리는 접고, 표면이 구겨진 표피를 이용해 작업함으로써 건축물의 섬세함, 비 견고성, 비 영구성을 드러내고 있다. 철학에서, 폴드(plis)는 여러 차원을 내포한다. 폴드는 본원의 상태이며 물질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하는 진행 과정이다. 들뢰즈(G.Deleuze)에 의하면 폴드(plis)는 단순히 모양을 만드는 것과 단순한 방법이상으로, 인간 실존의 질문을 내포하고 있다. 게리에게 있어 접기(pliage)라는 행위는 복잡한 사고를 무한히 변화하는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요, 형이상학적인 세계를 형이학적인 물질체(物質體)로 나타내는 수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