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들어 후기 민족주의 사학의 과제는 종래의 역사의식을 그대로 지닌 채 당시까지의 각 학파의 학문적인 성과를 광범하게 흡수하면서 일제의 식민사학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학적 체계를 세우는 일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한국학계는 시대적 제약을 비롯한 극복되어야 할 선결문제들이 그 당시에는 물론, 해방 이후에 와서도 해결되지 못하고 자기모순에 허덕이고 있는 형편이었다. 바로홍이섭(1914～1974)은 해방 이후 기존 민족사학을 계승·재건하고 인문학에 있어 체계적인 학풍의 토대를 구축하는 과제를 부여받은 학자였다. 그는 역사적·시대적 과제였던반일 민족주의 사상과 주체적 민족사관의 정립에 부응하기 위해 투철한 사명감으로 학문적 노력을 다하였다. 한국 과학사의 체계를 처음으로 세운 뒤 민족사관을 바탕으로 한국 정신사를 개척하였고 실학과 서학을 중심으로 한 근세 사상사와 항일 독립운동사연구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는 『조선과학사』, 『정약용의 정치 경제사상』 등 10여권의 단행본과 6백여 편의 글을 남겼다. 그 중 홍이섭의 실학연구, 다산 정약용 연구는 남북전쟁을 겪은 후 사상·학문활동이 극단적인 편향성을 보이는 50, 60년대 냉전적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저서는 필자 홍이섭의 상세한 관련 문헌의 소개와 폭넓은 서구 이론의 섭렵, 정치사 사상사의 맥락에서의 주제 소재를 설정하여 서술한 실학에 대한 본격적인 종합 학술서이다. 그의 실학연구는 오늘날 계승되고 보완되면서 지금의 한국학계에서 이루어진 실학연구의 밑거름이 되었다. 홍이섭은 수상 수필과 신문 기고문, 그리고 대담을 통해 기회가 닿는 대로 사회의 병폐인 부정부패와 일제 잔재가 온존해 있는 학술 문화계에 대해 혹독히 비판하고 있다. 국사학 권외의 이른바 ‘지적 지도층’이 자기의식의 빈곤성을 학문적인 분야에 제한시키고, 이에 종사하는 직업인의 직공의식만 탓함으로써 부패 또는 지나친 현실도피 만을 일삼아오는 사실을 지적하고, 이러한 현실망각의 병리적인 의식구조부터 파괴하고 비판하는 것이 지성의 과제임을 거듭 주장하였다. 홍이섭은 역사상의 반민족 행위를 냉혹하게 비판한 사학자로서 투철한 사상과 정신은 교육자로서도 많은 후학 제자들을 길러 내어 올바른 역사 인식의 방향을 바로 잡는데 큰 힘을 미치었다고 본다. 한국사의 올바른 계승 발전을 위해서 선학들의 연구성과를 살피고 그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해방 이후 한국사학계에서의 홍이섭 사학의 위상을 파악하고, 실학 연구의 구조화와 1950 60년대 민족주의의 사상적맥락을 정리하는 작업은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Hong Yi-Sup was a nationalist historian who espoused a nationalist academic ideology at the time of upheaval in modern and contemporary korean history. He studied under Jung In-bo in the 1930s at Yonhui College, and from this training wrote Joseon Kwahaksa(The History of Korean Science). It was the first comprehensive work covering all branches of Korean history of science. This paper is a critical examination of his methodology and historical perspectives. In 1950, he thoroughly reviewed and organized sirhak literature, beginning with Jung Yag-yong’s works on his political and economic thoughts. He pointed out Jung’s philosophy was concentrated in his Gyeongseyupyo(經世遺表) and Mokminsimseo(牧民心書). From Hong’s perspective, Jung Yag-yong’s innovative ideas were revolutionary but simultaneously had limitations be caused by Confusion ideology, which distanced Jung’s sirhak from more modern concepts. His research on sirhak established a fertile base for later studies of sirhak and eventually was succeeded by current Korean historians. In the 1960s he began to research modern and contemporary Korean history in order to expand the platform of nationalist historiography. The study of modern and contemporary Korean history by Hong encompasses the history of invasion and domination by the Japanese Empire, the history of struggle for independence, the psychological history of the colonial period, contemporary post-liberation history, and the history of Christianity. His nationalist historiography has characteristics that differ from that of nationalist historiography during Japanese colonial occupation era. Hong took a very close and stressed concepts, especially the importance of socioeconomic basis behind history. He attempted to resolve the actual problems of his time and incorporated this into his historical studies. Since the early 1950s, Hong supported unified nationalism in pursuit of reconciliation, peace, and unification of North and South Korea. He was deeply interested in Korea’s issues of overcoming backwardness and attaining modernization. Hong Yi-Sup was a practical nationalist historian who held a scholarly position that espoused nationalist, modern, and pro-unification views. He was a pioneer of the popular nationalist historiography which came into full bloom after the 196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