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부터 시작된 구제역으로 2011년 3월 9일 현재 약 350만 마리의 소?돼지 등 가축이 살(殺)처분, 매몰되면서 아름다운 우리 산하가 가축들의 공동묘지로 변했다. 여기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발생하여 사람과 가축 모두에게 참담한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구제역과 AI 발생이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발생한다고 보는 게 정상이다. 소?돼지를 한꺼번에 대량으로 땅에 파묻는 가축 매몰 방식을 계속하는 한 우리의 미래세대들에게 물려줘야 할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되는 상황 역시 계속될 수밖에 없다.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게 틀림없다.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으려면 일단 지금까지의 가축 사체(死體) 처리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획기적인 궤도 수정이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 최근 그런 움직임이 어느 정도 시작됐다. 그 하나는 최근 농림수산식품부가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해 ‘축산업 허가제’ 도입 등을 명문화한 것이다. 환경 관리 인식을 높이기 위해 축산 농가들에 대한 교육 의무화를 도입한 것도 필요한 조치였다. 다른 하나는 ‘매몰지 사전 선정’의 원칙을 명문화했다는 점이다. 구제역 등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매몰 처리 및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별로 매몰지를 사전에 선정하고, 이를 다른 용도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의미 있는 진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족하다. 앞으로 재앙적 상황으로까지 치달을지 모르는 이런 사태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점들이 반드시 보강돼야 한다. 첫째, 농림수산식품부에 좀 더 강한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현행 법령상 가축 사체를 안전하게 처리할 책임은 농림수산식품부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을 관리할 책임은 환경부에 있다. 그러다 보니 농림수산식품부는 신속한 방역 및 매몰에만 치중하면서 매몰지의 환경관리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선 뒷짐을 져온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매몰지의 사후 환경관리에 대한 책임도 농림수산식품부가 맡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규모 가축 살처분 사태에 대비해 토양?지하수 오염 가능성이 없는 매몰지의 ‘사전 선정’의무를 개별 농가에도 부과해야 한다.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발생으로 폐사(斃死)하거나 살처분 한 가축을 특수차량을 이용하여 운반한 후 바로 소각할 수 있는 충분한 용량을 가진 소각시설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경우에만 축산업 허가를 내주는 방법도 있다. 다만 폐사한 가축을 현장에서 소각할 수 있는 시설을 구비하도록 축산농가에 요구해선 안 된다. 소각설비의 용량이 작으면 대규모 가축 사체가 발생할 경우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 있고,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대형설비를 갖추도록 요구하는 것은 축산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가축 사체 처리 방법을 재검토해야 한다. 지금은 소각과 매몰만 가능하지만 최근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고온 멸균이나 위생 매립지 활용 등 우리 실정에 맞는 처리방안이라면 최대한 다양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 본 발표에서는 지금까지 중앙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한 가축 사체 매몰 사후관리 대책을 평가하고 필요한 정책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