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해방신학의 실천이론이 지닌 인식론적 의미를 탐구하여, 해방신학이 기독교 신앙에 미친 영향을 밝히고자 한다. 해방신학은 1970년대 남미의 역사적 상황에 신학적으로 답변하기 위해 형성되었다. 이전의 기독교 신학이 믿음(belief)의 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다면, 해방신학은 실천(praxis)을 신학적 진리의 기준으로 제시함으로써 신앙과 신학, 사고와 행동, 믿음과 삶, 기도와 정치를 유기적으로 파악하여 기독교 신앙의 통전성을 회복하고자 하였다. 실천을 매개로 하여 기독교 신앙과 역사적 삶을 일치시키고자 하였던 해방신학은 이후 기독교 신학의 물줄기를 돌려놓고 현재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글은 세 명의 해방신학자, 구스타보 구띠에레즈, 후안 루이스 세군도, 클로도비스 보프의 실천이론을 살펴봄으로써, 삶에 항상 가로놓인 모호성의 문제, 진리검증에서 신앙과 실천의 변증법적 관계, 진리와 이데올로기의 관계 등의 주제를 밝히고, 기독교 신앙에서 실천이 차지하는 위치와 의미를 이들이 어떻게 파악하였는지를 고찰한다. 구띠에레즈는 신학적 사유에서 실천의 중요성을 제기하고, 실천과 신앙 사이의 창조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방법론을 열어갔다. 세군도는 신앙이 구체적인 역사적 여건 속에서 불가피하게 이데올로기와 얽혀 있음을 지적하면서, 실천의 해석학적 차원을 파고든다. 그는 신학이 이데올로기적 위험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오류를 피하면서 보다 타당한 진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끝없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보프는 실천이 신학적 사유의 근본적인 토대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에게 실천은 진리의 기준으로 등장하지만, 그 자체로 신학적 진리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최종적인 신학적 물음은 ``어떠한 실천이 어떠한 진리에 대한 증거``인지를 묻는 것이 된다. 이 논문은 세 신학자의 실천이론을 검토한 다음, 결론적으로 이들의 실천이론에 내포된 전통신학의 부정적 요소에 대한 거부, 즉 신학의 비정치적 탈각화, 관념론적 이론주의, 실용적 기능주의에 대한 항거를 해방신학의 실천이론의 인식론적 특징으로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