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해는 서로 상반되는 요구들로 인해 심한 혼란을 겪는다. 20세기의 시작과 더불어 기술과 매체의 발달이 가져온 새로운 생활방식은 성적 감수성을 점점 더 자극한다. 그 결과 예술이나 학문 영역에서 육체적인 것, 에로틱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다루어지만, 그에 반해 실제 시민들의 생활에서 성 담론은 여전히 터부시된다.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혹은 성적인 문제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어른들의 이 같은 이중적인 태도는 모든 관심이 성적인 것에 집중되어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적용되어서, 종종 이들을 치명적인 상황으로 내몰기도 한다. 본 연구에서는 세기말의 청소년이 겪는 성적 갈등의 문제를 프랑크 베데킨트의 『사춘기』와 로베르트 무질의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베데킨트의 작품에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성적인 태도가 다양하게 그려진다. 한편으로는 성에 대한 무지가 결국 임신과 죽음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이성에 대한 뜨거운 갈망과 자기성애, 매조키스트적인 태도, 심지어는 매춘 행위 등이 14-5세의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이처럼 『사춘기』에서는 청소년들의 이성애가 문제시되고 있다면, 『생도 퇴틀레스의 혼란』에서는 기숙사의 엄격한 규율 뒤에서 벌어지는 청소년들의 동성애적인 성향이 전면에 나타난다. 이때 동성애적 성향은 도덕적 무감각이나 폭력과 연결되고, 개인적인 가학행위는 곧 집단폭력으로 확대된다. 두 텍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청소년의 성적 감수성이나 성적 욕망은 이미 일찍부터 일깨워지지만 그것은 외적으로는 터부시된다. 그들은 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들처럼 행동해야 했고, 자신들의 성적 욕구를 비밀리에 충족시켜야 했다. 나아가 베데킨트는 ``어린이 비극``이란 부제를 붙인 『사춘기』 에서 빌헬름제국 시기를 지배하고 있던 기만적인 교육제도를 비판하는데, 이것은 3막 1장에서 교사들의 회화적인 모습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그는 청소년들의 실제적인 상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 질서와 사회적 상황을 문제시 삼는다.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에서도 주인공 퇴를레스가 결국 학교를 떠나는 것을 통해 당시 교육제도에 대한 무질의 비관적인 입장을 읽을 수 있다. 두 작가 모두 청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부모 세대의 꾸며진 도덕주의와 그 시대의 이중적인 성도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폭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