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9세기 중반 남부베트남 즉 사이공-메콩 지역에서 출현하기 시작한 쯔놈 (chu nom) 문학과 반불투쟁의 상관관계를 조명한다. 특히 응우옌 딘 찌에우 (Nguye Dinh Chieu)의 장편 서사시 `룩 번 띠엔`이 주요 분석 대상이다. 필자는 `룩 번 띠엔`이 출현하게 된 사회적 배경을 검토하고 작품 내용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 작품이 남부인을 항전에 동원하고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땅을 위해 기꺼이 죽게 만들었던 요소들이 무엇이었는가를 찾고 있다. 남부베트남에서 쯔놈 문학이 출현한 것은 19세기 전반 사회변화의 결과이다. 민 망 (Minh Mang) 황제 시기 (1820-1841) 중 특히 183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수행되었던 남부에서의 교육 및 국가 이념의 확산 작업으로 인해서 1840년대 동안 사이공-메콩 지역에는 유학적 지식인층이 두터워졌다. 이들은 중앙 조정과 촌락민을 중계하는 존재로서 향촌사회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었다. 쯔놈은 한자의 독특한 합성으로써 현지인의 입말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향촌사회에 밀착한 식자층의 확대는 쯔놈으로 지어진 문학의 출현과 전파의 전제가 되는 것이다. 19세기 중반 남부 사회에서 발전하고 있던 쯔놈 문학은 프랑스군이 들어오고 항전이 시작되면서 저항문학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1859년 프랑스군의 사이공 공격에 촉발되어 전개된 남부의 항쟁은 약 20 여 년 간 지속되었으며 이 긴 항쟁 여정은 여러 형태의 쯔놈 문학 작품들을 동반했다. 필자는 남부 항전이 갖는 생명력이 쯔놈 문학에 기초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항전을 지속시켰던 가장 대표적인 쯔놈 문학 작품으로 `룩 번 띠엔`을 들고 있다. 필자는 `룩 번 띠엔`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통해 이 작품이 남부인을 항전에 동원하고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땅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게 만들었던 요소들이 무엇이었는가를 찾아내고 있다. 이 요소들의 기저는 단순한 애국심 내지 항전 의식이 아니다. 그보다는 남부인의 심성을 자극하고 희생을 감내하게 만드는 매우 독특한 남부적 덕목들이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 무조건적 인애(仁愛), 인간관계에서의 신의, 이야기의 흐름 (또는 역사의 흐름)을 제자리로 갖다 놓는 평민들의 역할, 매우 순종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억척스럽기까지 한 여성상 등이 그것이다. 이에 더해 산하의 아름다움과 그에 대한 사랑 등도 남부인의 애국 정서를 자극하는 장치였다. 서사시 `룩 번 띠엔`은 불려지고, 들려지고, 전해지면서 남부인들 사이에 퍼져나가는 가운데 남부인의 항전의식을 고양했고 그들을 전장으로 끌어냈고 죽음으로 인도했다. 우리는 20세기 민족주의 시대에, 그리고 혁명의 시대에 인민대중이 국가와 민족또는 이데올로기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게 만드는데 문학이 큰 역할을 했던 사실을 기억한다. 붓으로써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이 기술은 20세기의 공포스러운 발명품이었다. 필자는 이런 발명품의 베트남에서의 기원지를 19세기 중반 남부 베트남으로 보고 있으며 `룩 번 띠엔`을 대표적 사례로 간주해야 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The importance of the "Luc Van Tien" derives from the role that it played in mobilizing the southern peasants to fight against the foreign invasion, and it led peasants to make sacrifices for `their` country. The new stage that appeared in the mid-19th century in southern Vietnam, where peasants were mobilized to fight to the death for `their` country by the power of the pen, provided a precedent for the role that literature would play in the formidable nationalistic movements that would be prominent during the 20th century, not only in Vietnam but in countries across East 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