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혁명에 대한 연구는 특히 정치적 이데올로기, 경제력, 도시 노동자의 참여라는 측면에서 미국혁명기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확대하여 왔다. 최근 전문적인 역사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성, 인디언, 흑인 등은 여전히 역사 연구의 주변부에 남아 있다. 미국혁명 역사가들은 여성과 유색인들을 소단원에서 간단히 다루거나 혁명기의 중요 사건이나 전반적인 상황 전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처럼 폄하하여 왔다. 그러나 실제로 혁명기에 인디언과 흑인, 여성들의 역할은 가볍게 취급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들은 혁명의 원인이 되었던 대서양 경제의 발전에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로서 혁명 발전에 참여하였다. 인디언들은 유럽인들과의 무역을 통해 식민지 사회의 정치력과 경제력을 형성하였고 흑인들은 수출할 상품작물 생산에 실질적인 노동력을 제공하여 상인들과 농장주들로 하여금 소비재를 매매하고 모든 경제 부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였다. 또한 여성들은 구매력을 가진 비중있는 집단으로서 중요한 경제적 역할을 담당하였는데, 이들의 영국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미국을 정치화하고 결국 영국과 식민지 사이의 권력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또한 이러한 세 집단은 혁명 자체를 구체화하고 형성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전쟁이 발발하자, 흑인들은 자신들의 자유를 보장받는 방편으로서 주로 영국군에 입대하여 혁명에 참여하였다. 비록 이들이 군대 내에서 맡았던 일들은 전투를 돕는 허드렛일뿐이었지만, 이들의 존재 자체가 노예 소유주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북부에서는 대륙군에도 흑인을 포함시키자는 의견이 제안되었으나 남부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흑인들이 애국파 군인으로서 참가하였다. 그리고 인디언들은 때로는 중립적으로 때로는 애국파 군인으로 혹은 영국군으로 전쟁에 참여했으나, 대부분의 경우 양쪽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자신들의 독자적인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전쟁에 참여했다. 한편 여성들은 이들 세 집단 중 가장 적극적으로 전쟁에 참여하였다. 이들은 주로 대륙군의 군대 내에서 의무대(醫務隊)로 활동하며 부상병의 치료나 회복에 힘썼고 포병대에도 배치되어 전투를 돕기도 하였다. 여성들과 아이들이 군대의 진군에 있어 방해가 된다는 불만도 없지 않았으나,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여성 인력은 필수불가결하였다. 미국의 독립전쟁은 수만 명에 달하는 여성의 참여와 적극적인 도움으로 승리할 수 있었고, 이러한 결과로 전쟁직후 여성에게 자유로운 이혼법이 허용되기도 하고 뉴저지에서는 여성에게 참정권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혁명의 이상은 곧 퇴색하였고 여성의 공적 영역 참여가 배제되었다. 여성의 가정내 역할을 강조한 공화주의적 모성(republican motherhood)은 여성의 참정권 확대를 많은 측면에서 저해하였다. 전쟁의 결과가 여성에게 불행한 것이었다고 한다면, 인디언이나 흑인에게는 참담한 것이었다. 인디언들은 새로운 공화국의 정책에 따라 강제이주를 해야만 했고, 혁명기에 일시적으로 자유의 기회를 맛보았던 흑인들도 자유의 이상과는 거리가 먼 현실에 처하게 되었다. 남부에서는 노예제가 법적·사회적으로 더욱 공고화되고 강화되었다. Edmund S. Morgan은 『미국의 노예제도, 미국의 자유(American Slavery, American Freedom)』에서 미국의 건국자들이 그들의 자유에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더 노예제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들어 미국 역사의 중요한 모순점을 지적하였다. 새로운 국가의 탄생을 가능케 한 여성들과 흑인들의 복종, 그리고 백인 남성을 다른 모든 존재보다 우월하게 간주하였던 가부장적이며 계서제적인 사회구조의 끊임없는 재생산이 미국을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될 수 있게 만든 토대를 형성하였던 것이다. 역사가로서 우리는 국가 발전의 역사에서 이러한 집단을 배제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집단들은 미국 공동의 역사(common history)의 일 부분을 구성한다. 현대 선거민의 다수를 그들의 과거로부터 제외시키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사려깊은 새로운 종합(re-synthesis)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과거가 없는 인간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에도 거의 참여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