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판소리와 영국 르네상스 드라마는 겉모양이나 구성양식 등, 여러 면에서 아주 판이하다. 따라서 이들 양식을 서구식 장르이론이나 연극형식에 맞추어 비교하고자 하면 이 비교연구는 처음부터 어그러진다. 그러나 시각을 바꾸어 좀 더 폭넓은 장르의식을 가지고 바라보면 의외로 이들 예술 간에는 많은 유사점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판소리는 한국고유의 공연예술로서 특히 연극성이 돋보이는 연희장르이므로 동서양 연극의 장르비교라는 측면에 서 영국 르네상스 드라마와 함께 논의될 수 있다. 두 번째로 한국의 판소리와 영국 르네상스 드라마를 연결하는 유사점은 이들이 산출된 사회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16-7세기 영국 르네상스 사회와 판소리가 융성하였던 18-9세기 한국사회는 각 나라의 역사상 중세 봉건사회에서 전근대 자본주의사회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자리 잡은 사회로서, 여러 가지 비슷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한국 판소리와 영국 르네상스 드라마를 연결하는 가장 핵심적 고리는 이들 예술이 각각의 사 회 속에서 담당하고 있던 문화적 역할이라든가 사회적 기능이다. 이들 예술은 상당히 유사한 역사·사회적 환경에서 산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 예술을 애호했던 청중 집단의 사회적 성격까지 비슷한 탓으로, 흥미롭게도 아주 유사한 사회적 기능을 공유하고 있다. 즉, 이들 예술은 중세에서 근대에로의 이행 과정에 있던 두 사회가 유사한 과정을 거쳐 산출해낸 문화적 현상으로서, 각각의 사회가 지니고 있던 전환기적 갈등 및 문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첨예하게 표출한 대중예술 (Popular Art)이었으며, 신분의 상하, 남녀노소의 위계질서를 넘어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사회통합의 예술 (art of social integration)`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