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실험으로 유명한 앙리 미쇼는 나약하고 불완전한 자신의 육체와의 대화를 통해서 정신의 문제에 접근을 시도한 작가다. “그래서 내가 행하는 것은 나와 내 육체사이의 교류훈련이다”라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육체와 정신의 문제는 앙리 미쇼의 문학과 철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육체와 정신의 상관성에 대한 문제는 앙리 미쇼의 문학에서만 발견되는 주제가 아니다. 더욱이 이 주제는 인류의 사고가 시작된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지속적으로 언급되면서도 구체적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진부한 문제로 취급될 위험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지금까지 사변적 방법에 의해 관념적으로만 논의되어오던 육체와 정신의 상관성에 관한 문제를 앙리 미쇼의 작품에 나타난 작가의 체험과 과학적 분석에 의존하면서 인식론적 방법으로 다루고자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연구와는 최소한의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앙리 미쇼는 자신의 육체적 결함을 자아성찰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작가다. 바로 이러한 이유때문에 앙리 미쇼는 “존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자기 자신을 연구와 관찰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관찰되는 관찰자” 또는 “정신의 실험주의자” 라고 불리기도 한다. 앙리 미쇼에게 있어서 문학의 주된 출발점은 작가 자신이 수시로 체험하는 육체적 고통이 된다. 그리고 이 육체적 고통은 작가에게 있어서 자기발견의 도구가 된다. 그 구체적인 예의 하나로 앙리 미쇼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오른 팔이 부러진 경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오른손잡이인 미쇼는 이 사건을 통하여 40년을 넘게 철저히 외면되어온 자신의 왼편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 미지의 왼편자아의 존재확인은 분열된 자아와 통합체로서의 자아문제에 대한 재 통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이처럼 “인간탐구자”로서의 앙리 미쇼에게 육체의 문제는 정신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정신은 육체의 표현이다”라고 단언하는 앙리 미쇼의 문학과 철학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하여 본 연구의 주제가 지니는 가치와 필요성은 인정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