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첸스베르거는 80년대에 매스미디어를 제로미디어 Nullmedium로 정의하면서 영상미디어의 무용성을 비판한다. 미디어에 의해서 야기된 문화의 야만상태와 계몽의 결여를 꼬집고, 영상미디어에 의해 “제2의 문맹” Das sekunda¨re Analphabetismus이 초래되었다고 주장한다. 1. 먼저 앤첸스베르거는 미디어의 문화적 기능의 결여로 인한 청소년들의 교양의 무지 Bildungsignoranz을 비판한다. “제2의 문맹”이란 단순히 읽기와 쓰기의 무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미디어를 통한 인식력, 이해력, 비판적인 능력의 저하와 사고의 무능력을 의미한다. 엔첸스베르거는 영화, 텔레비전 등의 영상미디어가 대중의 사고기능을 둔화시킴으로써 대중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본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영상미디어(TV, 영화, TV잡지)를 통해 정보와 지식을 얻고 있으며, 여러 방면의 방대한 사전적 지식을 표면적으로 습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 엔첸스베르거는 이러한 사회현상 속에서 문학의 위기를 진단하고, 문화기관으로서의 문학의 기능을 점검한다. 여기에서 그는 문학의 위기로서 비평가의 몰락 das Verschwinden der Kritiker, 문학논쟁의 저하, 비평의 쇠퇴를 예를 들고 문학의 한 장르로서 비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중의 “제2의 문맹” 현상에 대해 문학이 책임을 져야 하며, 특히 아카데미 인문학자들이 비평의 과제를 떠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3. 이와 같은 엔첸스베르거의 현실진단은 상당한 모순을 나타내고 있다. 그의 문화비평은 다원주의적 복수주의 사회에서 문화 보수주의적인 입장 (비평)도 진보주의적 (변화)인 입장도 아닌 상호 양립의 태도를 취한다. 엔첸스베르거에게 있어서 문학이란 무엇보다도 대중에게 있어서 일상의 상식적 지식이다. 그는 단지 독자가 고전주의 문학으로부터 삶의 지침을 얻기를 요구함으로써, 그의 제시는 상당히 추상적이며, 불명료함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아이러니한 테제는 다원주의적 복수주의 사회의 모순에 대한 비판이자 여전히 문학의 사회적 책임과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