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 필자는 젠더(gender)라는 개념의 틀을 기초로 파리의 여성 노동자를 그들의 노동환경과 가정생활 속에서, 다른 말로 한다면 그들의 일상생활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노동자로서의 여성, 어머니 또는 아내로서의 여성을 이해하려고 하였다. 실제로 20여년 전부터 프랑스의 많은 역사가들은 "여성이 역사를 갖고 있는가?" 라는 인식론적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현재 여성사가 새로운 사료의 발굴과 정리, 또한 여타의 인문사회과학 이론과 방법론의 수용을 토대로 독자적인 주제를 개발함으로써 사회사영역 내에 확고한 위상을 정립하였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여성사를 전공으로 하는 연구자들의 숫자는 최근 몇 년이래 괄목할 만하게 증가하였으며, 이들은 여성의 위치, 공간, 역할 및 권력을 연구함으로써 한 시대의 다양한 국면을 이해하고 재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프랑스 역사학계에서 여성사는 여전히 여성 연구자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전제 위에서, 여성사는 결코 증명될 수 없는 가설과 공격적 태도로 가득 찬 감성적·정신 분석학적 역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본 연구를 전개하였다. 그 이유는 여성사가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역사(뿐만 아니라 페미니스트의, 페미니스트에 의한, 페미니스트를 위한 역사)가 될 때 오히려 여성이 역사의 무대에서 소외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여성은 자연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 연구되어져야 하며, 여성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경제적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체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역사 내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여성사라는 분야와 노동자의 역사라는 분야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의 역사연구는 매우 풍부하며 귀중한 연구대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논문은 크게 3가지 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파리 여성 노동자의 일반적 상황, 이를테면 파리의 산업화와 여성의 노동(제1장), 파리 여성 노동자의 공장 노동(제2장)과 가내 노동(제3장)의 환경을 관찰하였다. 그런데 필자는 당시 여성 노동자의 비참한 삶의 터전이었던 그들의 가족 내부를 연구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실체를 완전하게 분석할 수 없음을 깨달았는데, 이것이 바로 제2부 내용의 핵심이다. 즉 가족 구조와 파리 여성노동자의 결혼(제4장), 노동자 가족의 어린이들과 그들의 노동(제5장), 파리 노동자 가족의 생활 양식과 가족 내에서의 여성의 역할(제6장), 여성 노동의 인구학적 측면(제7장) 등이 그것이다. 제3부에서는 여성노동자의 집단 행동, 즉 노동조합 운동 속에서의 파리 여성 노동자(제8장)의 역할을 연구하였다. 19세기의 여성 노동자들은 어머니나 아내로서의 역할은 완벽하게 수행해야 하였을 뿐만 아니라 남성 노동자에 비해 아주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부족한 가족 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노동을 해야만 하였다. 가족의 생계를 위한 여성 노동자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많은 정치인 및 지식인의 저술은 종종 여성 혐오적 또는 여성 차별적인 견해를 감추지 않고 있음이 사실이다. 본 논문에서 필자는 여성의 사회 활동에 대해 경악, 방어 및 거부와 같은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강력하게 저지하려 하였던 19세기 프랑스의 남성 우월론적 사고의 허구성을 밝히려 노력하였다. 그러나 필자가 연구 대상으로 한 시기동안 사회의 성적 불평등 구조를 극복하고, 자신들의 노동 조건 및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여성 노동자들 스스로의 구체적인 노력은 그리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압되고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의 경험은 여성 노동자들로 하여금 여성으로서 또한 노동자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추구하는 교육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