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의 목적은 피치노가 『헤르메스 全書』(Corpus Hermeticum)를 번역했던 1464년부터 비코의 『새로운 과학』(Scienza nuova)의 완성판이 출판되었던 1744년까지 약 3세기 동안, 유럽의 知的 地形(topography)을 秘學, 自然科學, 人文學이라는 세가지 知識 領域들에 의해 어림잡는 데 있다. 이 시기에 그것들은 그 각각에 고유한 "방법"에 의해 구획되어 있었다기보다는 유사 논제를 논의하는 동일한 담론 상황을 형성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 담론 상황의 중심 논제를 "두 권의 책"으로 삼고있다. 한 권은 "자연이라는 책"이며 다른 하나는 기독교-이교적 "聖典들" 혹은 "지혜의 책"이다. 이 논제를 논의하는 상황의 연속성은, 이 기간 동안 비학이나 자연과학이나 인문학이 텍스트로부터 숨은 저자의 의도를 해독하는 "해석학"의 범주안에서 진행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 논문은 이 연속성 속에서 변화에 더욱 큰 무게를 두며, "담론의 형식"에서 변화를 추적한다. 그것들은 담론의 내용에서의 연속성에도 불구하고 담론의 형식상에서는 비교적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이 차이를 구명하기 위해, 필자는 그것들 각각에 고유한 "수사학"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여기서 "수사학"은 단순히 담론을 꾸미거나 장식하는 기예로서보다는 담론이 주어지는 공동체 내에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형식적 기예로 취급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수사학은 일종의 사회적 권력으로서의 "지식"의 본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특히 "은유"의 기능에서, 三者는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여준다. a)비학의 상징적 담론은 신성한 계시(revelation)의 수준에서 수행된다. 즉 그것은 "심오한" 지식을 감추는 동시에 드러내는 일종의 "시험"이며, 저자나 화자의 정신 이미지를 제한된 독자나 청자에게만 전달하고자 한다. b) 과학의 담론은 지식의 명석하고 판명한 表象(representation)을 지향하며, 이를 위해 비학적 담론의 "수직 구조"를 수평화한다. 그것은 비학의 수직적인 인식 - 전달의 구조를 파괴하고 지식의 수평성 혹은 공개성을 강화함으로써 지식을 명실상부한 "사회적" 권력으로 만들어준다. 자연과학은 이러한 담론적 변화를 선도한다. c) 17세기 중반 이후의 "새로운 인문학"(neo-humanism)은 비학의 수직성과 과학의 수평성을 결합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르네상스 인문학의 부활도 아니며 反-自然科學도 아니다. 그것은 과학적 담론의 공개성이 부추기는 "논리-기계"(logic-machine)의 사회지배에 저항하며, 명증하지만 "파편적인" 수평적-과학적-논리적 담론의 엷은 層을 담론의 상징성을 회복함으로써 두텁게 만들고자 한다. 이 연구는 비록 이러한 차이들을 通時的 계열로 재구성하고 있지만, 과학의 본성을 견고한 방법들과 이론들의 진보 과정 속에서 추적하는 휘그적 경향의 延長이 될 것을 의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연구자는 과학이 하나의 특수한 "담론" 체계이며, 담론 체계의 본성은 그것을 포위한 비학과 인문학의 담론적 성격들과의 비교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