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은 이상과 현실의 두 축을 결코 도외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동서양의 철학자들과 수많은 사상가들은 지금까지 이상추구, 현실중시, 이상과 현실의 조화라는 몇 가지 범주에 그들의 정신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중국의 선진(先秦)사상에서도 그러한 면모를 읽을 수 있다. 도가가 이상추구형이라면 법가는 현실중시사상이며 유가는 이들에 비해 이상과 현실의 조화에 중점을 둔 사상이라 할 수 있다. 공자, 맹자, 순자로 이어지는 선진유가사상은 도가와 법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상과 현실의 조화라는 특징을 나타내고는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공자와 맹자가 이상에 비중을 둔 반면 순자는 현실의 중요성도 간과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점에서 우리는 순자를 `현실주의적 이상주의자`로 부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정통유가의 사상에 토대를 두면서도 사상전개에서는 많은 발전적 면모를 보여주는 순자사상속에서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 정치사상적 특징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을 정치사회의 발생과 연계지워 주장한 점, 즉 사회기원론을 제기한 점, 정통유가의 민본론을 계승하되 현능(賢能)정치의 실시를 전제로 한 혁명론을 주장한 점, 예치를 기본으로하면서도 공맹사상에서 도외시되었던 법의 중요성을 제기함으로써 후기 법가의 사상에 영향을 미친 점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내용외에 본 연구에서는 선진유가 내에서의 순자의 사상적 위치, 예치론과 정명론, 사회분업론, 군주론 등을 다룸으로써 여기서 나타나는 순자정치사상의 내용과 특성을 살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