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마르크스와 푸코의 관계를 서양사상사의 전통을 따른 해석학적 관점에서보다는 유물론적 문제설정이라는 담론적 시각에서 이해하기 위한 시론적 연구이다. 달리 말하자면, 이글은 근대관념론적 또는 인류학적 사고양식에 대해 마르크스와 푸코가 공통적으로 취하고 있는 유물론적 도전을 특히 근대적 지식과 권력에 관한 그들의 견해를 살펴봄으로써, 그들간의 역사적(철학적 또는 이론적이 아니라) 연관관계를 밝히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마르크스로부터 출발하여 푸코에 의해 변형, 발전되어온 유물론적 담론은 궁극적으로 근대 사회를 시원적 또는 상호주관적 의미 또는 기호관계로서가 아니라 권력관계 - 즉, 인간의 의지나 의식 또는 공동의 이해를 넘어서 독자적으로 작동하는 구조적(마르크스) 또는 전략적(푸코) 권력관계들의 통합체 - 로 보는 정치·실천적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유물론적 시도는 근대정치이론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국가-시민사회(또는 정치·경제)의 이분법적 틀을 넘어서 정치의 영역을 국가와 국가장치들 밖의 모든 사회 관계에로 전위시킴으로써 오늘날 무엇이 정치적인가 하는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