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의 직계 가족력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과 함께 위암의 주요 위험인자이다. 위암 직계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며, 직계 가족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있는 경우 그 위험도가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 그러나 위암 환자의 직계 가족에서 헬리코박터 제균치료가 위암 발생을 실제로 낮출 수 있는지에 관한 근거는 부족하였다. 그 결과, 2013년 국내 가이드라인 및 2017년 Maastricht V 가이드라인에서는 위암의 직계 가족력이 있는 경우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권고하고 있으나2,3 2017년 American College of Gastroenterology 가이드라인에서는 근거 부족으로 그러한 권고를 하지 않았다.4 따라서 저자들은 위암 환자의 직계 가족에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위암 발생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무작위 이중 맹검위약 대조 임상시험을 시행하였다.
이 연구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있고 직계 가족 중한 명 이상이 위암으로 진단된 40세 이상 65세 이하 1,838명의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이들은 성별에 따라 층화하여, amoxicillin, clarithromycin, proton pump inhibitor 3제 요법을 7일간 투여받은 치료군과 위약을 투여받은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되었다. 참여자들은 이후 헬리코박터 제균여부를 알지 못한 채로 2년 간격의 추적 위 내시경을 시행받았다. 일차 결과는 위암의 발생이었으며, 이차 결과로는 헬리코박터 제균 여부에 따른 위암의 발생, 전체 생존율 그리고 위선종의 발생을 살펴보았다.
결과를 살펴보면 총 1,676명이 일차 결과를 위한 modified intention-to-treat 분석에 포함되었으며, 중앙 추적 기간 9.2년(사분범위: 6.2-10.6년, 최대기간: 14.1년) 동안 치료군에서는 832명 중 10명(1.2%)에서 위암이 발생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844명 중 23명(2.7%)에서 위암이 발생하였다(log-rank test, p=0.03). 이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위암 환자의 직계 가족에서 위암 발생률을 55% 낮출 수 있으며(위험도 [hazard ratio] 0.45, 95% CI 0.21-0.94), 66명이 제균 치료를 받으면 한 명의 위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헬리코박터 제균 여부에 따라 비교하였을 때, 헬리코박터가 제균된참여자 608명 중에서는 5명(0.8%)의 위암 환자만이 발생한 반면, 감염이 지속된 참여자 979명 중에서는 28명(2.9%)에서 위암 환자가 발생하여 헬리코박터가 제균되는 경우 위암 발생률을 73% 낮출 수 있었다(위험도 0.27, 95% CI 0.10-0.70). 한편, 두 군에서 진단된 위암은 모두 1기 혹은 2기로, 참여자중에서 위암 관련 사망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두 군의 전체 생존율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두 군의 위선종 발생률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입맛의 변화, 구역, 설사, 복통 등이 치료 약제와 관련된 주된 부작용이었으며, 부작용 발생률은 치료군에서 53%로 위약군의 19%보다 유의하게 높았으나(p<0.001), 모두 경도의 부작용이었다.